[데스크 칼럼] 제4이통, 실패 되풀이하는 까닭은
벌써 여덟 번째 실패다. 정부가 주도하는 제4이동통신사 설립 계획 얘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동통신사 선정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마감 시한까지 약속한 자본금을 내지 않았고, 주주 구성도 주파수 할당을 신청할 때와 다르다는 게 정부가 밝힌 취소 이유다. 아직 스테이지엑스 청문이 남았지만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제4이동통신사 설립은 여러 정부에서 추진한 사업이다. 통신 3사가 쥐락펴락하는 과점시장에 새로운 사업자를 투입해 가계 통신비를 줄이겠다는 것이 역대 정부가 공통으로 내세운 명분이었다. 매달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통신비를 줄여주겠다는 정책에 반대할 국민이 있겠느냐는 계산이었다.

15년간 여덟 차례 선정 무산

첫 시도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에 이뤄졌다. 당시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이 이동통신시장에 도전장을 냈지만 자금 조달 능력을 미심쩍게 본 방송통신위원회가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 회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까지 여섯 차례 퇴짜를 맞았다. 일곱 번째 선정이었던 2016년엔 퀀텀모바일, 세종텔레콤, K모바일 등으로 후보군이 바뀌었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여덟 번째 선정 작업은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이뤄졌다. 가계 통신비를 내리는 동시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비용 부담을 이유로 반납한 28㎓ 주파수 대역을 되살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른바 ‘진짜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불리는 28㎓ 대역은 4세대 이동통신(LTE)보다 속도가 20배 빠르다. 대신 기지국을 훨씬 더 촘촘하게 설치해야 해 인프라 구축 비용이 기존 3.5㎓ 망보다 많이 든다.

제4이동통신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이번에도 실패했다. 조단위 투자가 필요한 매머드급 비즈니스를 자본력이 검증되지 않은 중견기업에 맡기려다가 자본력 이슈로 계획을 포기하는 과정이 다시 한번 되풀이됐다. 총선을 앞둔 정부가 ‘통신비 인하’라는 슬로건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제4이동통신사 선정에 나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도 시장 흐름에 맡겨야

이동통신 초창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 통신업은 매력을 잃은 지 오래다.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고, 투자금 대비 기대 이익도 박하다. 상품 가격을 마음대로 정하기 어려울 만큼 정부의 간섭이 심하다. 미래 기술 트렌드가 어떻게 바뀔지 점치기도 어렵다. 스페이스X와 아마존 등 빅테크가 공격적으로 추진 중인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이 더 발달하면 아예 지상 통신망이 필요 없어질 수도 있다. 주요 대기업이 제4이동통신사 입찰에 시큰둥해하는 배경이다.

스테이지엑스 선정 취소 해프닝은 정부가 통신시장을 조성하고 통제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제4이동통신이 필요하다면 시장이 형성되고, 기업들이 원하는 시점에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게 바람직하다. 무리하게 설립한 ‘관제 통신사’는 시장에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앞으로는 선거가 임박하거나 물가가 심상치 않다는 이유로 정부가 통신시장을 휘젓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