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불평등 개선 확인, 문제 해결의 출발점
“이제부터가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19일 강원 평창군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소득 불평등도가 20년간 꾸준히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한종석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발표를 마친 뒤 “각계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8일 단독 보도한 이 자료의 내용은 10분위수 비율로 표시한 소득 불평등이 2002년 10.6배에서 2022년 7.5배로 크게 개선됐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한국의 불평등이 악화하고 있다는 기존의 통념을 뒤집은 결과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지난 20년간 모든 근로자의 행정자료(건강보험공단 소득자산DB)를 분석해 소득 불평등 정도를 파악했다는 의미가 있다. 경제학계에선 이번 연구를 계기로 데이터 기반의 정책이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번 연구 결과에 나온 세부 데이터 중에서도 원인과 결과, 향후 대책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할 사항이 많다. 중산층 소득이 별로 증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대표적인 사례다. 연구 결과를 보면 중위소득은 20년간 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위 10% 저소득층(66%), 상위 1% 고소득층(47%)과 비교할 때 증가율이 현저히 낮았다.

중산층은 국가의 생산과 소비를 주도한다.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이들 중산층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게 증가한 것은 사회 전체에 심리적 불평등을 확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갈수록 불평등해지고 있다’는 의견을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격차가 커진 것은 계층 이동 사다리가 무너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중산층이 고소득층으로 이동하는 경로가 무너지면 경제의 역동성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간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저소득층 소득이 오르면서 전체적인 소득 불평등이 개선되는 효과를 냈다면, 이제는 중산층의 소득을 높이는 데 필요한 정책을 집중적으로 고민할 때다.

남녀 소득격차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남성 대비 여성의 평균소득은 2002년 61%에서 2022년 64%로 상승했다. 격차가 좁혀지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유리천장을 없애고, 공정한 평가와 보상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득 불평등도와 같은 연구 결과를 과거 잘잘못을 가리는 용도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진영논리에 빠져 불평등 개선의 공과를 따지며 편을 갈라 논쟁하는 것은 지나치게 소모적이다. 한 교수의 말처럼 새롭게 확보한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해 우리의 불평등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세밀하게 판단하고, 불평등을 어떻게 더 개선할 수 있는가에 관해 발전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