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소 사업 재정비에 나서며 수소 에너지 선점에 재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 과도기에 대중적인 모델로 신흥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전기차 이후의 미래 에너지원 확보도 준비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산업부 정재홍 기자 나왔습니다. 정 기자, 당장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를 우려하는 시기인데요. 현대차의 사업 전략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겁니까?

<기자> 최근 전기차 시장의 키워드는 '버티기'입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이미 살 사람은 다 산 상황에서 전기차 인기가 예전같지 않잖아요. 이 시기에 실용적인 대중화 모델을 많이 팔자는 전략입니다.

다음주에 부산에서 모빌리티쇼가 열립니다. '세븐'이라는 콘셉트로 먼저 공개가 됐던 현대차의 첫 대형 전기 SUV 가칭 '아이오닉9'의 양산 모델이 최초로 공개될 거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알아보니 현대차는 해당 모델을 부산모빌리티쇼에서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신 올해 하반기 출시를 준비 중인 캐스퍼 EV가 전시되고 기아도 마찬가지로 대중화 모델인 EV3를 중점적으로 소개합니다.

<앵커> 지난해 기아 EV9도 출시 초 판매에 애를 먹었었잖아요. 아이오닉9의 출시 일정에도 변동이 생긴 건가요?

<기자> 기아 첫 대형 전기 SUV EV9도 높은 가격 때문에 국내에선 판매가 예상 보다 저조했는데요. 대신 북미 수출량이 늘면서 지난달 누적 5만 대 판매를 달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오닉9의 올해 하반기 출시는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입니다. 차량은 프리미엄 시장을 집중 공략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대형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높은 북미 시장에선 프리미엄 제품을 팔고, 인도와 동남아 같은 신흥시장에선 대중화 모델로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입니다.

최근 현대차가 기업공개(IPO)를 진행 중인 인도는 대표적인 전기차 신흥시장입니다. 인도 자동차시장은 아직 '마이카'시대도 오지 않았다고 평가받습니다. 전기차 성장 속도가 매년 2배 이상 성장하고 있어서 신형 소형 전기차들을 보급하기 적합하다는 평가입니다.

<앵커> 전기차 시장 공략에도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상황인. 왜 지금 수소 사업을 강조하는 겁니까.

<기자> 지난해 전세계에 팔린 수소차가 1만 5천 대가 조금 안 됩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9천만 대에 달하고 이 가운데 전기차도 1,500만 대 규모라는 것과 비교하면 경제성에서 의문이 생깁니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올해 수소에너지를 핵심 카워드로 내세우며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 먼저 이서후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초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에서 수소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정의선 / 현대차그룹 회장: (수소는) 저희 대가 아니라 저희 후대를 위해서 준비해놓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현대차의 수소 사업 재정비는 속도감 있게 진행됩니다. 기존 연료전지 사업이었던 'HTWO'를 그룹 차원의 수소 브랜드로 새롭게 개편하고,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인수해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 확장에 나섰습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정의선 회장에 이어 글로벌 최고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의장을 맡았습니다.

단순 모빌리티를 넘어 수소의 생산, 저장, 유통까지 생태계 전반을 이끌겠다는 로드맵입니다. 전국 45개 수소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하이넷'에 대한 추가 투자를 통해 충전 인프라 확충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하반기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를 북미 최대 운송 업체에 대거 공급하는 등 상용 부문에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올 10월 가동을 앞둔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HMGMA'에는 수소 트럭이 부품과 완성차 등을 운송할 수 있도록 자체 물류체계도 구축할 예정입니다.

[장재훈 / 현대자동차 사장: 조지아주의 사바나 지역에 저희가 신공장을 건립하고 있고, 아울러 수소, 물류 등 새로운 시도도 그쪽에서 하고 있어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엑시언트의 차세대 모델을 빠른 시일내 출시해 상용 라인업을 늘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수소 트램(열차), 선박, 항공 모빌리티(AAM)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한국경제TV 이서후입니다.

보신 것처럼 현대차그룹의 전략은 수소전기 승용차에만 국한되는 게 아닙니다. 수소전기 트럭과 버스 같은 상용차 모델을 확대하면서 물류, 발전소까지 수소 생태계 전반을 키우겠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올해 10월 준공되는 미국 조지아 공장에 수소를 활용한 물류체계가 적용된다고요.

<기자> 현대차는 조지아 공장에 수소 전용 고속도로부터 충전시설까지 물류 체계를 조성합니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수소전기 트럭 엑시언트가 활용되는데, 이틀 전 한국을 방문한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이를 두고 "공상과학 영화 같은 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죠.

전문가들은 완성차업계 특히 현대차의 수소 전략이 승용차에서 상용차 우선으로 변경됐다고 진단합니다. 에너지 생산부터 저장, 이동까지 활용성이 더 커지기 때문인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김필수 /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수소차를) 상용으로 돌린 이유는 상용은 큰 차 에너지 밀도가 높습니다. 버스를 최소한으로 트레일러나 트램, 기차, 선박 같은 경우에는 차고지에다가 충전소만 놓으면 되니까 이런 모델로 방향을 아예 돌린 것으로…]

무엇보다 현대차를 포함한 완성차 기업들의 목표가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탈바꿈이잖아요. 현대차가 미래항공모빌리티(AAM)까지 준비하는 것처럼요.

결국 그 미래 운송수단들을 무슨 에너지원으로 움직일 것이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현대차그룹은 그 동력을 청정에너지로 꼽히는 수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으로, 지금부터 밸류체인을 키워 커지는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정재홍 기자·이서후 기자 jhjeong@wowtv.co.kr
소형 EV로 신흥시장 공략…수소는 상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