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는 기술 분야의 금이요, 석유다.”

대니얼 아이브스 미국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가 18일(현지시간)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엔비디아에 내놓은 평가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가운데 더 많은 기업과 소비자가 인공지능(AI) 길로 들어서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테크업계에선 현재 AI산업이 초창기인 만큼 앞으로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AI 칩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앞으로도 가장 큰 수혜를 보면서 시총이 4조~5조달러로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 주도로 사업 재편”

"GPU는 새로운 석유…엔비디아 시총 5조달러 간다"
엔비디아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시총 3조달러를 넘어섰다. 시총이 불어난 속도는 역대 1위다. 시작은 2022년 11월 등장한 챗GPT였다. 생성형 AI가 모든 산업을 재편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대규모언어모델(LLM) 학습과 추론에 필수적인 GPU를 만드는 엔비디아 몸값이 치솟았다. 작년 6월 시총 1조달러를 넘어선 엔비디아는 8개월 후인 올해 2월 2조달러로 내달렸다. 그리고 3개월여 만인 지난 6일 다시 3조달러를 돌파했다. MS와 애플이 시총 2조달러에서 3조달러까지 걸렸던 시간을 10분의 1로 단축했다. 업계에선 ‘AI 산업혁명’이 본격화된 만큼 엔비디아의 시총 1위 등극이 ‘삼일천하’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차세대 AI 모델을 개발 중인 빅테크들이 앞다퉈 엔비디아에 GPU 대량 주문을 넣고 있다. 여기에 세계 각국 정부도 AI 훈련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서 엔비디아의 새 수익원 역할을 하고 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데이터센터 사업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7% 급증한 226억달러를 기록했다. 엔비디아 전체 매출(260억달러)의 86%에 달한다. 이에 한스 모세스먼 로젠블랫증권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140달러에서 2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월가의 엔비디아 목표가 중 최고치로, 시총이 5조달러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주가 상승 너무 빨라”…거품 우려도

엔비디아의 유례없는 주가 상승 속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생성 AI 열풍을 타고 단기간에 시총 1위에 오른 엔비디아의 추정 주가수익비율(PER)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이유다. 나스닥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현재 1년 추정 PER이 52배에 달한다.

MS는 38배, 애플은 33배,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23.3배다. 엔비디아와 시총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MS, 애플의 멀티플을 고려해도 엔비디아 수치가 높다는 것이다. 현재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블룸버그가 엔비디아 담당 애널리스트들을 조사한 결과 매수 64건, 보유 7건, 매도 1건으로 나타났다.

투자회사 서스쿼하나의 크리스 롤랜드 애널리스트는 이날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145달러에서 16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51.5배 멀티플을 적용한 것이다. 롤랜드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가 성장하는 시장에서 이익을 취하고 있다”며 “이 멀티플이 합당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매 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행진을 하는 엔비디아의 성장세가 둔화 조짐을 보이면 그동안 쌓인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구글, MS 등 엔비디아 주요 고객사의 자체 칩 개발은 잠재적 리스크로 거론된다. 여기에 최근 AMD, 인텔도 AI 칩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AI 칩 수요를 분산하면 엔비디아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엔비디아 AI 칩의 비싼 가격도 부담이다. 올해 하반기 출시될 예정인 차세대 GPU ‘B200’은 개당 1억원에 육박한다. 비싼 가격과 60%에 달하는 높은 영업이익률 때문에 규제당국으로부터 독과점 관련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