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예산처(CBO)가 18일(현지시간) 올해 미국 재정적자 전망치를 4개월 전보다 4000억달러(약 553조원) 늘려 잡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대학 학자금 대출 탕감 등에 재정 지출을 늘린 결과다.

CBO는 이날 발표한 ‘2024~2034 예산·경제 전망 업데이트’를 통해 2024회계연도 재정적자 전망치를 1조9000억달러(약 2623조원)로 제시했다. 재정 지출은 6조8000억달러인 데 비해 세입은 4조9000억달러에 그칠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재정적자 전망치는 1조5000억달러였다.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이유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학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 저소득층 의료보험(메디케이드) 비용 증가,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당시 발생한 은행 구제비용의 회수 지연 등을 들었다.

CBO는 앞으로 10년간 미국 재정적자가 더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2034년 재정적자는 지금보다 47% 늘어 2조82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계산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인 의료보험(메디케어) 및 사회보장 지출 증가, 우크라이나·이스라엘 등 우방국 군사지원 확대가 주원인이다.

미국이 늘어난 적자를 메우기 위해 빚을 끌어쓰고, 그 이자가 다시 적자를 늘리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경고도 나왔다. CBO는 2034년 미 국채 발행 규모를 지난해 말보다 93.5% 늘어난 50조7000억달러로 예측했다. 지난해 말 97%이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28년 109%, 2034년 122%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채 순이자비용은 올해 8920억달러에서 2034년 1조7000억달러로 늘어난다고 계산했다. 순이자비용은 올해 처음으로 국방 재량지출을 넘어섰다. CBO는 향후 10년간 매년 순이자지출이 GDP의 3.2%를 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CBO가 데이터를 작성한 194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비영리단체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의 마야 맥기니스 회장은 “모든 연방 의원과 대통령 후보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며 실제 비상사태를 제외하고는 신규 차입을 약속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