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 기부금 모금 열풍이 뜨겁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박빙 승부로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면서 역대급 자금 모금이 예상되고 있다. 정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올해 1분기까지 고액 기부자들은 주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단체에 기부금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대선 넘어설까

'쩐의 전쟁' 美대선…고액 기부, 공화로 몰렸다
18일(현지시간) 마켓워치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 거액의 기부금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올해 1분기까지 정치 기부금 모금액은 총 10억달러로 집계됐다. 2020년 대선에선 역대 최대인 25억달러를 모금했다. 해당 기부금은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기록되고, 비영리단체인 오픈시크릿이 이 같은 정치 자금 흐름을 추적 분석한다. 연방후보자, 정당, 정치활동위원회, 하이브리드PAC(정치활동위원회) 등에 대한 개인 기부금이 포함된다.

거액 자산가들이 수백만 달러의 정치 기부금을 쏟아붓는 이유는 선거 유세와 의회에서 논의되는 이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거액 기부금이 대선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후보와 캠프의 총알로 활용될 수 있다. 후보자 기부금 한도 때문에 대부분 고액 기부자는 슈퍼PAC에 기부한다. 슈퍼PAC은 무제한으로 자금을 모금할 수 있지만 후보자 또는 캠페인과 협력할 수 없는 독립적인 정치 활동 위원회다. 로빈 콜로드니 템플대 정치학과 교수는 “오랜 기간 미국에선 부유층이 자신의 이익과 홍보를 위해 정치 기부금을 지출해 왔다”고 말했다.

○10명 중 7명 ‘공화당 몰빵’

오픈시크릿이 이번 선거 시즌에 집계한 결과 상위 10명의 고액 기부자는 3월 말까지 각각 1400만~7000만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액수를 기부한 사람은 미국 30위 억만장자 제프 야스와 그의 부인으로, 총 7000만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2위와 500만달러가량 차이가 날 정도로 거액을 지원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최대 부호로 알려진 야스는 무역회사 서스퀘하나인터내셔널그룹 공동 창립자로 틱톡 초기 투자자이면서 주주다. 일각에선 틱톡에 대한 미국의 잠재적 금지 조치에 반대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야스 부부의 기부금은 대부분 보수 및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PAC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운송회사 팬암시스템의 전 회장 티머시 멜론이 6500만달러를 기부해 2위에 올랐다. 그는 트럼프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에게 거액을 기부했다.

투자회사 시타델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켄 그리핀은 다수의 공화당 PAC에 5900만달러를 기부했다. 그리핀은 키스톤 리뉴얼 PAC, 메릴랜드 미래 PAC 등 2개의 공화당 슈퍼 PAC에 각각 1000만달러를 전달했다. 그리핀은 최근 한 포럼에서 “개인의 자유, 국가안보, 미국의 경제적 건전성을 옹호하는 공화당의 중요한 지지자”라고 밝히기도 했다.

링크트인 공동 창립자이자 벤처캐피털 그레이록파트너의 리드 호프먼은 현재까지 총 2400만달러를 지원했다. ‘민주당 기부자’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에 일부는 공화당 단체에 전달해 주목받고 있다. 공화당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지지하는 SFA펀드 등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진 엘리엇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폴 싱어 회장도 1900만달러를 기부하면서 고액 기부자 명단에 올랐다. 기부금 대부분이 헤일리를 지원하는 하이브리드PAC인 SFA펀드에 들어갔다. 헤일리는 현재 선거운동을 중단한 상태다.

라스베이거스 호텔업자이자 비글로에어로스페이스 설립자인 로버트 비글로는 2900만달러를 기부했다. 그는 최근 트럼프 기금 모금 행사의 공동의장을 맡아 주목받았다.

보안 분야 전문가로 알려진 게빈 드 베커와 그의 부인 유키미 드 베커는 총 1400만달러를 정치 기부금으로 전달했다. 상위 10명의 고액 기부자 중 유일하게 무소속 또는 초당파 후보와 단체에만 기부했다. 이 자금은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환경 변호사이자 백신 반대 운동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지지하는 하이브리드PAC인 ‘아메리칸 밸류2024’로 흘러갔다. 이번 선거시즌 1800만달러를 기부한 뉴스웹 설립자 프레드 아이커너는 오랜 기간 민주당 후보 및 단체를 지지해온 거액 기부자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