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 드림보트 직장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종이인형을 만들고 있다. 이날 안내를 맡은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왼쪽)이 프로그램을 참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 드림보트 직장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종이인형을 만들고 있다. 이날 안내를 맡은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왼쪽)이 프로그램을 참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열어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은 일과 가정의 양립, 육아, 주거 등 세 분야에 정책을 집중했다. 젊은 세대가 결혼을 기피하고, 신혼부부는 출산을 꺼리는 핵심 원인이 이들 분야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주형환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2030년까지 반드시 출산율을 1명대로 회복시킨다는 각오로 대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주거비용 감소 대책 집중

출산 땐 '특공 청약' 한번 더…육아휴직 급여 年 510만원 늘어나
가장 눈에 띄는 대책은 주거 분야에 주로 담겼다. 지난해 정부 조사에서 ‘주거 비용 등을 포함한 결혼자금 부족’을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 든 청년 비율이 33.7%로 가장 높았던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연내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2만 가구 분량의 신규 택지를 확보하고, 신생아 우선공급을 늘려 신혼·출산·다자녀 가구에 연간 12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기존 계획보다 5만 가구 이상 늘어난 수치다.

민간 분양 물량 가운데 신혼부부에게 우선 제공하는 특별공급 물량의 비중은 18%에서 23%로 늘린다. 또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의 35%를 출산 가정에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평생 한 번뿐인 특별공급 청약 기회를 아이를 낳으면 한 차례 더 주는 대책도 나왔다. 특별공급으로 주택을 분양받은 신혼부부가 아이를 가지면 특별공급 청약 혜택을 한 번 더 누릴 수 있다. 가족 수가 늘어나고, 자녀가 성장하면 더 넓은 집이 필요하다는 육아 세대의 요청을 반영한 것이다. 또 결혼 전 청약에 당첨된 적이 있어도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결혼과 출산이 페널티가 아니라 메리트가 되도록 전환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3년 동안 아이를 가지는 부부는 합산 소득이 2억5000만원만 넘지 않으면 최대 5억원까지 신생아 특례 구입 대출과 전세자금 대출을 최저금리 연 1.2%에 받을 수 있다. 대출을 받는 도중에 아이가 한 명 더 생기면 금리를 0.4%포인트 깎아준다.

○국가·사회가 함께 육아 참여

일과 가정의 양립은 새로 추가되는 예산의 80%를 집중할 정도로 이번 대책에서 정부가 공을 들였다. 소득 감소 걱정 없이,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일·가정 양립의 최우선 과제로 꼽고 다양한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근로자에게 지원하는 급여 상한을 월 150만원에서 월평균 192만500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육아휴직을 1년 동안 사용하면 받을 수 있는 급여가 최대 2310만원으로 지금보다 510만원 늘어난다.

남편의 출산휴가를 10일에서 20일로 늘리고, 부모가 둘 다 육아휴직을 3개월 이상 사용하면 자녀 1인당 육아휴직 사용 기간을 1년에서 1년6개월로 늘리는 등 부부가 함께 육아에 참여하는 환경도 만든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따른 대체 인력을 고용하는 기업에 월 120만원을 지원하고, 동료들에게 월 20만원을 주는 동료 업무분담지원금도 신설한다.

윤 대통령은 0세부터 11세까지 국가가 양육을 책임지는 ‘국가 양육 책임주의’도 강조했다. 주로 가정에 맡겨온 양육을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임기 내 5세까지 무상 교육·돌봄을 단계적으로 실현하고, 현재 8시간인 어린이집의 돌봄 시간을 12시간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른 아침에 출근해 밤 늦게까지 야근하더라도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출산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줬다”며 “다만 수도권 집중, 교육개혁 등 구조적인 문제의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정영효/허세민/유오상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