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가 열린 곳은 경기 성남에 있는 HD현대 글로벌R&D센터다. 대통령실이 이곳을 회의 장소로 결정한 이유는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직장어린이집이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19일 회의를 주재하기 전 권오갑 HD현대 회장 및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안내를 받아 어린이집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어린이집 교사들을 격려하고 아이들의 줄다리기 놀이에 심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HD현대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인 ‘드림보트’는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아이에게 총 네 끼(아침, 점심, 간식, 저녁)를 제공한다. 일반 어린이집 정규반이 오후 4~5시에 운영을 종료하는 것과 차이가 난다. 불가피하게 야근해야 하는 직원도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어민 영어 교사를 고용해 아동들이 무료로 영어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드림보트는 정 부회장이 직접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드림보트 개원 당시 “두 아이의 아빠로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며 “HD현대 직원이라면 이런 일을 겪게 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드림보트 어린이집을 개원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주재한 회의에는 주형환 저출산위 부위원장,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정관계 및 경제계 인사뿐만 아니라 워킹맘과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남성 직장인 등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최강의 전성기를 누렸던 스파르타가 급격하게 멸망의 길에 접어든 결정적인 원인은 인구 감소였다”며 “역사학자들은 극단적인 경쟁 체제와 사회적 불균형이 인구 감소의 큰 원인이었다고 기록하는데, 지금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는 자녀가 부채라는 부정적 인식이 있다”며 “양립, 양육, 주거 분야 지원과 함께 삶의 가치관 및 인식 전환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병욱/김형규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