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이 경쟁사 메디톡스로부터 보톡스 균주 기술을 탈취한 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이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메디톡스 주장을 받아들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이를 토대로 메디톡스에 일부 승소 판결한 재판 이후 검찰이 대웅제약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최근 법원 판결로 무혐의로 흘러가던 대웅제약 수사 흐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년간 이어진 ‘보톡스 전쟁’의 승기를 누가 잡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법원 판결에 수사 판도 바뀌나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조사부(부장검사 안동건)는 지난달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및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에 대해 서울강남경찰서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검찰이 경찰에 재수사 또는 보완 수사를 요구하면 1~3개월 이내에 이행해야 한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토대로 대웅제약의 균주 출처 허위 기재 등을 통한 질병관리청장 업무방해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메디톡스는 2022년 대웅제약이 보톡스 제품인 나보타 품목허가를 받을 당시 질병관리청에 보툴리눔 균주를 경기 용인 하천변 토양에서 직접 채취한 것처럼 허위 자료를 제출해 질병관리청장의 공무를 방해했다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은 지난달 대웅제약의 관련 혐의를 불송치 결정했지만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구해 다시 수사하게 됐다.

검찰의 재수사 요구에는 메디톡스 측 주장을 일부 수용한 ITC와 국내 법원 판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부장판사 권오석)는 메디톡스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대웅제약의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에서 유래했다는 ITC 판결을 반영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에 보툴리눔 균주를 메디톡스에 넘기고 균주 완제품과 반제품을 폐기하라고 선고했다. 또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균주 관련 제조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메디톡스에 손해배상금 400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재판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검경, 대웅제약 수사 본격화

검찰은 대웅제약의 산업기술유출방지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도 수사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2017년 대웅제약이 자사 균주 기술을 빼돌려 보톡스 제품 나보타를 개발했다며 대웅제약과 전직 메디톡스 연구원을 산업기술유출방지법 위반 등으로 고소했다.

검찰은 2021년 대웅제약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으나 2022년 2월 메디톡스 고유의 보툴리눔 균주나 제조공정 정보 등이 대웅제약에 흘러갔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무혐의 처분했다. 두 회사 제품의 유사성은 인정했으나 기술 유출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민사 소송에서 메디톡스가 일부 승소하자 지난해 6월 서울고검이 재기수사를 지시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재기수사 명령은 상급 검찰청이 하급 검찰청의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할 경우 재수사를 지시하는 절차다.

대웅제약과 관련한 또 다른 사안의 재수사 가능성도 있다. 2019년 메디톡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대웅제약을 고발했으나 지난 3월 검찰이 무혐의로 처분하자 불복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다. 재정신청은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타당한지를 법원에 다시 묻는 절차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검찰은 기소해야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최근 메디톡스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하면서 무혐의로 흘러가던 대웅제약 수사 흐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