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18일 총궐기대회에서 ‘무기한 휴진’을 선언한 그의 발언을 두고 시·도의사회장 등이 공개 비판하면서다. 전공의 대표는 의협 주도 범의료계대책위원회에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이 위원회는 전공의가 빠진 채 ‘반쪽 출범’하게 됐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19일 의사 회원들에게 뿌린 입장문을 통해 “16개 광역시·도 의사회장도 27일 무기한 휴진 발표를 집회 현장에서 갑자기 들었다”며 “임 회장의 의사결정 회무 방식과 절차에 치명적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시·도 의사회장이나 의사 회원은 존중받고 함께해야 할 동료이지, 임 회장의 장기판 졸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전날 임 회장은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총궐기대회에서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현장에 함께한 의대 교수들도 이런 무기한 휴진 결정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의사 A씨는 “18일 하루 휴진도 학회 등을 핑계 대며 겨우 진료를 뺐는데 무기한 휴진이 가능하겠냐”며 “현실성이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의협은 20일 집단행동 등을 이끌어갈 범의료계대책위원회를 꾸릴 계획이다. 애초 전공의 대표를 공동위원장으로 참여시키겠다고 했지만 박단 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19일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박 위원장은 “임 회장에게 여러모로 유감의 입장을 표한다”며 “범의료계대책위 공동위원장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 4월 29일 임 회장이 범의료계협의체 구성을 제안해 거절했고,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언론에 언급하면 선을 그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고도 했다. 임 회장과의 불편한 관계를 여과 없이 표현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등이 포함된 7대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는 한 정부와의 대화도 의미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의협 측이 정부에 제시한 ‘3대 요구사항’은 전공의 요구보다 후퇴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이번 사태는 이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전공의들이 대거 복귀할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간호인력 활용 확대 등 후속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