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가량 통역만 대동하고 대화…군사협력 논의 가능성
[북러 회담] 차 마시며 단독 회담…무슨 얘기 나눴을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에서 19일 하루 동안 빠듯하게 소화한 일정 중 가장 이목을 끈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단독 회담이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금수산영빈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가진 뒤 둘만 따로 만나 단독 회담을 진행했다.

확대 정상회담 뒤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에 서명하기 전까지 약 2시간 정도를 함께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외신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두 정상은 찻잔이 놓인 커다란 원탁에 통역관만 배석시킨 채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두 정상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공개되진 않았지만, 북한의 대러 무기 수출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저촉돼 공식 회담장에서 논의하기 껄끄러운 군사협력 의제들이 주로 다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앞서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비공식으로 일대일 소통을 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러 회담] 차 마시며 단독 회담…무슨 얘기 나눴을까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122mm 방사포탄과 152mm 자주포탄이 180만발에 달한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최근 밝힌 바 있다.

또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러시아제 차량과 전차 수리를 위한 부품도 제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러시아에 유효 사거리 40㎞로 알려진 신형 240㎜ 방사포탄 등을 추가로 건넬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관련 논의가 진행됐을 수 있다.

[북러 회담] 차 마시며 단독 회담…무슨 얘기 나눴을까
푸틴 대통령이 이에 반대급부로 제공할 사항들을 언급했을 수도 있다.

우선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에 대한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액체산소 산화제에 석유(케로신 추정)를 연료로 쓰는 새 로켓에 정찰위성 2호기를 실어 발사를 시도했지만 폭발해 실패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17일 보도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새로운 엔진 기술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시스템 통합에 문제가 있어 발사가 실패로 끝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핵추진 잠수함 등 첨단 군사기술에 대해선 북한에 제공할 가능성이 작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러 정상의 공통 관심사일 미국 대선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을 수도 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다극화된 세계 건설'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일극 체제에 대응하자는 의미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북러가 평등과 주권 존중, 내정 불개입 원칙에 기초한 다극화된 세계 건설을 옹호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북러 정상의 비공식 대화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북러 회담] 차 마시며 단독 회담…무슨 얘기 나눴을까
김 위원장은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을 때도 배석자 없이 단독으로 만나는 모습을 보여왔다.

문 전 대통령과는 2018년 4월 판문점 회담 당시 판문점 도보다리에 있는 벤치에서 단둘이 마주 앉아 30분가량 담소를 나눴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도 1·2차 정상회담에서 모두 단독 회담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