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을 지연할 수 있는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초 원료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양산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롯데케미칼은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을 늦출 수 있는 고강성 난연 폴리프로필렌(PP) 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0일 발표했다. 배터리 셀을 결합하는 모듈 소재로 쓰이는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열전도율이 높은 금속 모듈 소재에 비해 1000도 가량의 열을 5~10분가량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EV)에 들어가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외부 충격을 받으면 내부 온도가 1000도까지 올라가는 열폭주 현상이 나타난다. 과전압, 과방전 등 전기적 충격을 받아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전기차 교통사고가 간혹 대형 화재로 이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롯데케미칼은 이런 현상을 지연시키기 위해 지난해부터 짧은 유리섬유(SGF)가 적용된 폴리프로필렌과 긴 유리섬유(LGF)를 혼합해 강성을 보완한 신소재를 개발했다. SGF는 주로 단열재로 활용되는 유리 섬유다. LGF는 플라스틱 제품의 강도를 보강하는 재료로 쓰인다. 이 두 특성을 엮어 열과 충격에 강한 소재를 개발한 것이다.

롯데케미칼이 새로 개발한 소재는 강도와 난연성(연소가 되지 않는 성질)을 개선했다. 기존 플라스틱 제품보다 쉽게 형태를 바꿀 수 있고, 경량화도 수월하다는 강점이 있다. 난연성을 개선하면서 유해 물질인 할로겐을 배제한 점도 특징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이번에 새로 개발한 플라스틱 배터리 소재를 활용하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연소 시간을 늦춰서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