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잘라주세요" 했더니…'6000원' 이발소의 '반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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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낙원동 이발소 골목
커트·염색 6000원 균일가
일 100~200명 맞이
40~50년 경력 이발사 대다수
"박리다매 전략으로 생존"
커트·염색 6000원 균일가
일 100~200명 맞이
40~50년 경력 이발사 대다수
"박리다매 전략으로 생존"
"동네에 미용실 많지. 난 그래도 꼭 여기 와. 어떨 땐 머리가 다 자라지도 않았는데도 와. 늙으니까 머리카락이 잘 안 자라는 것 같기도 하고. 세월이 야속하지."
20일 정오 서울 종로구 낙원동 탑골공원 뒷골목에 위치한 스타이발관.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서 왔다는 양상모(85) 씨는 이 이발관의 단골손님이다. 그는 "10년 넘게 매달 오고 있다"며 "이곳 사장님은 별말 안 해도 알아서 잘 잘라준다"고 귀띔했다.
양 씨의 머리카락을 다듬던 이용사 정미정(76) 씨는 "열일곱부터 이발을 배워 60년째 이걸로 밥 먹고 산다"면서 "이 가게 이용사만 다섯이라 종일 손님을 받지 않으면 적자"라며 손을 바삐 움직였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이발소(이용원) 골목이 저렴한 가격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최근 비싼 가격 탓에 장·노년층 사이에서 미용실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와서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미용업계에서 온라인 예약이 보편화돼, 디지털 소외 계층이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동네 이발소나 미용실이 줄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가게마다 일평균 방문객은 100~200명 수준. 사장들은 "가격이 워낙 저렴해 이 정도 손님은 맞아야 현상 유지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후 방문한 세 곳의 이용원 모두 손님으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스타이발관에서 만난 강태민(80) 씨는 "이발하고 공원 갔다가, 근처에서 국밥 한 그릇 먹으면 시간이 잘 간다"며 "마곡에서 이 가게만 다니는데 10년 넘도록 여긴 항상 그대로라 올 때마다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청춘이발관에서 만난 나모(65) 씨는 "원래 울산 사람인데, 36개월 된 손주 돌보러 중계동 딸아이 집에 와있다"면서 "교통이 편리하고 가격도 저렴해 한 달에 한 번씩 손주가 어린이집 가 있는 동안 들러 머리 깎고 밥 한 끼 먹고 가는 게 취미가 됐다"며 웃었다.
캐나다서 온 손님도 있었다. 이민을 떠난 지 17년 됐다는 정명호(65) 씨는 "한국 살 때 낙원동에서만 머리를 깎았다"면서 "캐나다는 요즘에 남자 커트도 3만원"이라고 전했다. 그는 "가끔 한국에 오면 머리를 꼭 짧게 다듬고 간다. 이용사 솜씨도 종로가 제일"이라며 엄지를 들었다. 싸다고 머리카락을 대충 자르거나, 서비스가 부실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세련된 인테리어나 최신형 기기, 푹신한 의자는 없지만 기다리는 동안 커피도 한잔 마실 수 있고, 세면대 앞에 서면 직원이 머리도 직접 감겨준다.
무엇보다 이용사 대다수가 기본 40년에서 60년 경력의 '가위손'이라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어떻게 잘라드릴까요"라는 이용사의 물음에 상세하게 대답하든, 혹은 "알아서"라는 무심한 답을 하든 베테랑 이용사들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를 의미하는 신조어)'하게 머리카락을 손본다.
저렴한 가격이 소문나 요즘에는 젊은 2030 남성도 방문한다. 청춘이발관 사장인 김모 씨는 "젊은이들이 이곳을 '노인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해 잘 안 오다가도, 막상 한 번 와서는 단골 되는 경우가 많다"며 "'2만원짜리 미용실보다 더 잘 자르신다'고 말해줄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가격을 올릴 생각은 없지만, 전에 비해 손님이 많이 줄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낙원이발관을 운영하는 손모(85) 씨는 "예전엔 이 일대 오가는 어르신들이 2배는 더 많았다"며 "최근 야장(야외 장사)이 활성화돼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노인들이 덜 오시는 듯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같은 '경로 우대' 가게 말곤 갈 곳 없는 노인들 정말 많다"며 "노인들을 위해서도 다양한 시설을 마련해줘야 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한편, 20일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서비스 '참가격'에 따르면 5월 기준으로 전국 성인 남성의 평균 커트 비용은 1만571원(부산)에서 1만5556원(강원) 수준이다. 서울은 1만2308원이었다. 여성의 평균 커트 비용은 1만4600원(전북)에서 2만4333원(인천)이었다.
현실에서 체감하는 서비스 비용은 평균 가격을 가뿐히 웃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남성 커트 비용은 1만원대 중후반이 기본이며 2만원을 넘긴 곳도 다수다. 강남구 일대 등 고가의 미용실이 몰린 지역은 남성 커트가 5만원을 넘긴 곳도 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20일 정오 서울 종로구 낙원동 탑골공원 뒷골목에 위치한 스타이발관.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서 왔다는 양상모(85) 씨는 이 이발관의 단골손님이다. 그는 "10년 넘게 매달 오고 있다"며 "이곳 사장님은 별말 안 해도 알아서 잘 잘라준다"고 귀띔했다.
양 씨의 머리카락을 다듬던 이용사 정미정(76) 씨는 "열일곱부터 이발을 배워 60년째 이걸로 밥 먹고 산다"면서 "이 가게 이용사만 다섯이라 종일 손님을 받지 않으면 적자"라며 손을 바삐 움직였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이발소(이용원) 골목이 저렴한 가격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최근 비싼 가격 탓에 장·노년층 사이에서 미용실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와서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미용업계에서 온라인 예약이 보편화돼, 디지털 소외 계층이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동네 이발소나 미용실이 줄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저렴해도 커피·샴푸까지 제대로
이 일대 이용원은 대부분 7080 어르신을 손님으로 모신다. 스타이발관, 낙원이발관, 청춘이발관 등 10여곳이 탑골공원 일대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가격은 커트 6000원, 염색은 기본약 기준 6000원이다. 샴푸는 1000원 추가되거나, 여성 염색 고객은 3000원 기장 추가 비용이 붙는 등 세부 가격 정책은 가게마다 상이하다.가게마다 일평균 방문객은 100~200명 수준. 사장들은 "가격이 워낙 저렴해 이 정도 손님은 맞아야 현상 유지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후 방문한 세 곳의 이용원 모두 손님으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스타이발관에서 만난 강태민(80) 씨는 "이발하고 공원 갔다가, 근처에서 국밥 한 그릇 먹으면 시간이 잘 간다"며 "마곡에서 이 가게만 다니는데 10년 넘도록 여긴 항상 그대로라 올 때마다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청춘이발관에서 만난 나모(65) 씨는 "원래 울산 사람인데, 36개월 된 손주 돌보러 중계동 딸아이 집에 와있다"면서 "교통이 편리하고 가격도 저렴해 한 달에 한 번씩 손주가 어린이집 가 있는 동안 들러 머리 깎고 밥 한 끼 먹고 가는 게 취미가 됐다"며 웃었다.
캐나다서 온 손님도 있었다. 이민을 떠난 지 17년 됐다는 정명호(65) 씨는 "한국 살 때 낙원동에서만 머리를 깎았다"면서 "캐나다는 요즘에 남자 커트도 3만원"이라고 전했다. 그는 "가끔 한국에 오면 머리를 꼭 짧게 다듬고 간다. 이용사 솜씨도 종로가 제일"이라며 엄지를 들었다. 싸다고 머리카락을 대충 자르거나, 서비스가 부실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세련된 인테리어나 최신형 기기, 푹신한 의자는 없지만 기다리는 동안 커피도 한잔 마실 수 있고, 세면대 앞에 서면 직원이 머리도 직접 감겨준다.
무엇보다 이용사 대다수가 기본 40년에서 60년 경력의 '가위손'이라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어떻게 잘라드릴까요"라는 이용사의 물음에 상세하게 대답하든, 혹은 "알아서"라는 무심한 답을 하든 베테랑 이용사들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를 의미하는 신조어)'하게 머리카락을 손본다.
저렴한 가격이 소문나 요즘에는 젊은 2030 남성도 방문한다. 청춘이발관 사장인 김모 씨는 "젊은이들이 이곳을 '노인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해 잘 안 오다가도, 막상 한 번 와서는 단골 되는 경우가 많다"며 "'2만원짜리 미용실보다 더 잘 자르신다'고 말해줄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가격을 올릴 생각은 없지만, 전에 비해 손님이 많이 줄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낙원이발관을 운영하는 손모(85) 씨는 "예전엔 이 일대 오가는 어르신들이 2배는 더 많았다"며 "최근 야장(야외 장사)이 활성화돼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노인들이 덜 오시는 듯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같은 '경로 우대' 가게 말곤 갈 곳 없는 노인들 정말 많다"며 "노인들을 위해서도 다양한 시설을 마련해줘야 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한편, 20일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서비스 '참가격'에 따르면 5월 기준으로 전국 성인 남성의 평균 커트 비용은 1만571원(부산)에서 1만5556원(강원) 수준이다. 서울은 1만2308원이었다. 여성의 평균 커트 비용은 1만4600원(전북)에서 2만4333원(인천)이었다.
현실에서 체감하는 서비스 비용은 평균 가격을 가뿐히 웃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남성 커트 비용은 1만원대 중후반이 기본이며 2만원을 넘긴 곳도 다수다. 강남구 일대 등 고가의 미용실이 몰린 지역은 남성 커트가 5만원을 넘긴 곳도 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