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의회 비준 거쳐야…발효 안 된 조약 전문 이례적 신속 공개
[북러 회담] 조만간 비준 절차…중요조약이면 김정은이 비준 가능
북러가 지난 19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서명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대해 조만간 비준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된 조약 22조는 "이 조약은 비준받아야 하며 비준서가 교환된 날부터 효력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새 조약 효력이 발생하면 이전까지 북러관계를 규율하던 2000년 '친선, 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은 효력을 잃게 된다.

북한의 경우 '중요 조약'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단독으로 비준 또는 폐기할 수 있게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북한 헌법 104조는 국무위원장은 다른 나라와 맺은 중요 조약을 비준 또는 폐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반적인 조약일 경우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에서 비준하게 된다.

북한 헌법 91조는 최고인민회의 권한 중 하나로 "최고인민회의에 제기되는 조약의 비준, 폐기를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2000년 2월 러시아와 '친선, 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뒤 그해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비준한 바 있다.

이번에도 최고인민회의를 거친다면 이달 하순 예정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이후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이 점쳐진다.

[북러 회담] 조만간 비준 절차…중요조약이면 김정은이 비준 가능
다만 이번 북러 조약의 경우 중요 조약으로 여겨 김 위원장이 직접 비준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북러 조약이) 중요 조약으로 간주되기는 하지만 내부 절차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조약이 발효되려면 의회 비준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러가 비준을 필요로 하는 조약 형태를 택한 것은 동맹 색채가 짙은 이번 조약에 더욱 구속력을 부여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전날 체결된 조약 전문을 하루 만에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를 통해 대내외에 바로 공개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직 발효되지도 않은 조약의 전문을 공개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약의 동맹 성격을 둘러싸고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전략적 모호성'을 남겨두기 위해 조약 전문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조약 전문 공개에 대해 "이례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대내적으로는 주민들에게 러시아와의 관계 격상을 선전하고, 대외적으로도 북러 간 '온도차' 관측을 불식하기 위해 신속한 공개에 나섰을 수 있다.

러시아는 아직 조약 전문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