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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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같은 팀 동료 선수인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 발언 이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손흥민은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벤탄쿠르와 대화했다"며 "그는 실수를 저질렀고, 이를 알고 사과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할 의도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형제이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이 일을 극복하고 단결했다"며 "프리시즌에 다시 하나가 돼 우리 클럽을 위해 싸우기 위해 다시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벤탄쿠르와 손흥민은 현재 영국 프리미어리그 클럽인 토트넘 훗스퍼에서 같이 뛰고 있는 동료다.

앞선 15일 벤탄쿠르는 모국인 우루과이의 한 방송에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손흥민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갖다줘도 모를 걸. 손흥민과 그의 사촌은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그와 진행자는 웃으면서 대화를 나눴다. 이는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라는 뉘앙스의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인식된다.
사진=손흥민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손흥민 인스타그램 캡처
팬들 사이에서 공분이 일자 벤타쿠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쏘니,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하겠다. 나쁜 농담이었다”면서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 거 알지? 절대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고 손흥민에게 사과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 논란을 두고 영국의 인권단체인 '킥 잇 아웃'(Kick it out)이 나서기도 했다. 이 단체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팀 동료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부분에 대해 많은 제보를 받았다. 제보와 여러 자료를 토대로 토트넘 구단과 관련 당국에 심각성을 전달했다"며 "벤탄쿠르는 자신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동아시아는 물론 더 큰 범주의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축구계에서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1997년 설립됐다. 이전에도 손흥민이 상대 팬들을 비롯해 일부 해설위원에게 인종 차별을 당할 때도 손흥민을 지지한 바 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