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통과한 여자들'…이번엔 그림으로 번역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30년차 번역가가 그린 '글쓰는 이들의 초상'
번역가 김선형씨
ADHD 진단 계기로
1년 전 화폭에 몰입
작품·작가 들여다보자
분위기·상징성 담아
그리기로 '읽어내기'
번역가 김선형씨
ADHD 진단 계기로
1년 전 화폭에 몰입
작품·작가 들여다보자
분위기·상징성 담아
그리기로 '읽어내기'
![시리 허스트베트](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AA.37082289.1.jpg)
!['나를 통과한 여자들'…이번엔 그림으로 번역](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AA.37084862.1.jpg)
“딸이 미술을 전공해 소묘용 연필은 많이 깎아줘 봤지만 저 자신이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없었어요. 그러다 1년 전쯤 불현듯 드로잉부터 시작했습니다. 아크릴화와 유화에는 완전한 실패란 없음을, 조앤 디디온을 덧칠하며 배웠죠.(웃음)”
![토니 모리슨](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AA.37082290.1.jpg)
“나를 통과했다고 표현했지만, 어떤 작품은 내가 번역을 했나 싶을 정도로 기억이 희미했어요. 나를 그저 뻥 뚫고 간 작품도 물론 있었죠. 작품과 작가를 다시 들여다봐야겠다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어요. 그 방식 중 하나가 초상화 그리기였죠.”
![조앤 디디온](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AA.37082271.1.jpg)
첫 전시를 앞두고 어떤 작가를 나란히 보여줄까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다. 애트우드와 모리슨의 초상 전시는 대조적이면서도 어울리는 환상의 조합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현대 영미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두 사람. 애트우드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리는 데 탁월했다면 모리슨은 마이너리티 문제에 깊이 천착하며 작금의 지옥을 꼬집는 데 능했다.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는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이 세상을 장악한 어두운 미래를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그 때문에 애트우드는 마녀로 여겨지기도 하고, 책이 불태워지기도 했다. 그런 맥락을 담듯, 애트우드 초상의 배경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빨갛다. 정면을 바라보는 그의 미소도 좀 섬뜩하다. 바로 옆 모리슨의 초상은 검은색에 초록색이 섞여 들어간 상반된 느낌이다. ‘소외된 이들의 어머니’라는 별명으로 불린 작가를 표현하기 위해 수많은 성녀들이 보여온 옆얼굴 구도를 차용했다. 그의 대표작 <솔로몬의 노래>에서처럼 모리슨의 모습은 악을 극복해낸, 존엄한 인간의 초상 그 자체였다. 두 작품 모두 김씨의 번역을 거쳐 한국 독자에게 왔다.
긴 세월 그가 번역해온 작가들은 무궁무진하다. 그는 자신을 통과한 여자들의 초상을 계속 그려나갈 계획이다. 20일 그가 번역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의 어록을 담은 책 <테일러 스위프트>도 출간됐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