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공개한 북·러 간 조약을 보면 동북아시아는 물론 세계 안보 지형을 뒤흔든다. ‘어느 한쪽이 침공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지체 없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 및 기타 원조 제공(제4조)’은 1961년 맺었다가 폐기된 우호 조약(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의 부활이고, 냉전 시절의 동맹관계 복원이다. 북·중도 역시 자동군사개입을 담은 동맹을 맺고 있어 세계 최강 군사력을 보유한 두 나라가 북한을 떠받치게 돼 전에 없는 대응이 절실해졌다.

이 조약에 따라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을 추가 지원할 것이다. ‘반대급부’가 주목된다. 푸틴은 북한과 군사기술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군사 정찰위성 기술을 넘어 전투기 성능 향상과 핵추진 잠수함, 핵무기 소형화, 핵탄두 대기권 재진입 등에 필요한 기술 전수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북한은 한국, 주일 미군기지, 미국 본토를 겨냥한 온갖 종류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진척시켜왔다. 여기에 실을 수 있는 전술·전략핵무기 기술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완성한다면 안보 비상사태다. 게다가 ‘유사시 모든 수단 제공’에는 핵무기도 포함될 수 있다. 세계 1위 핵탄두(약 6000기) 보유국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 이후 수차례 전술핵 사용 위협을 가했다. 핵 증강을 공언한 중국은 2030년 1000기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해에만 20기 늘렸고(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핵무력 법제화도 했다.

핵 강국으로 둘러싸인 우리도 ‘공포의 핵 균형’을 더 이상 외면할 때가 아니다. 한·미가 북핵 억제와 대응 역량 강화로 나아가는 것은 긍정적이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의 핵우산 정책도 집권자에 따라 가변적이다. 미국이 본토 위협을 무릅쓰고 한국 핵 방패막이가 돼 줄지도 고려해봐야 한다. 핵을 포기하고 미국, 영국, 러시아와 안보 협정을 맺었다가 푸틴의 핵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된 우크라이나를 보라. 우리도 미국과 실질적인 핵무기 공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적어도 단시간에 핵 개발이 가능한 잠재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핵연료 재처리의 걸림돌인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 협정 개정으로 핵무기 6000기 분량의 플루토늄을 확보한 일본 사례가 교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