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지난 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생성형 AI 해커톤’을 열었다. 업스테이지의 LLM을 알리고, 현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현지 행사를 기획했다. 이 회사에는 미국, 캐나다 등에서 메타, 아마존 출신 개발자가 원격으로 근무 중이다. 국내에선 AI 전문가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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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분야의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AI 기술 개발과 서비스 운영에 필수인 컴퓨팅 설비도 부족하다. 인력과 관련 장비가 충분하지 않아 글로벌 AI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지난해 AI 관련 기업 2354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국내 AI 산업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AI 부족 인원은 8579명에 달했다. AI 관련 기업이 채용한 인력과 해당 시점에서 부족한 인력을 계산해 나온 수치다. 3년 전 부족 인력(1609명)보다 5.3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국내 AI 인력은 1만4736명에서 5만1425명으로 3.5배 늘었지만,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AI 개발자 부족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대학에서 정보기술(IT)을 전공한 인력이 기업들의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내놓은 ‘최근 과학기술 인력의 고용 특성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의 국내 정보통신 전문가 및 기술직 인력은 지난해 40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4년 동안 연평균 증가율은 5.6%에 그쳤다. 반면 작년 상반기 국내 IT 업종 사업체의 총 인력 미충원율은 26.7%에 달했다.

AI 인재의 해외 유출도 심각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인도와 이스라엘에 이어 AI 인재 유출이 세 번째로 많은 국가였다. 최근 시카고대 폴슨연구소 산하 싱크탱크 매크로폴로는 2022년 기준 한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친 AI 인재의 40%가 해외로 떠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AI 기반 시설도 부족하다. AI 연산에 필수인 그래픽처리장치(GPU) 부족으로 개발 프로젝트가 제자리걸음하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A100, H100 등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GPU 반도체가 들어간 설비)는 웃돈을 줘도 구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AI 기업 대상 설문조사에서 ‘AI 인프라(컴퓨팅)가 부족해 사업 운영이 힘들다’고 답한 비율이 2020년 29.2%에서 지난해 53.2%로 3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엔 ‘매우 부족하다’의 응답률이 17.4%였다.

이번 설문엔 국내 기업이 보유한 H100 물량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국내 주요 1441개 AI 기업이 보유한 H100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1961개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가 지난해 각각 15만 개의 H100을 구입한 것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