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따른 소비 침체가 지속되면서 패션업체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포트폴리오 확대와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 자체 브랜드를 잇달아 내놓은 반면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은 해외 유명 브랜드를 선보이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독자 브랜드 키우는 삼성패션…한섬·SI는 해외 브랜드 강화
2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최근 자체 컨템퍼러리 여성복 브랜드인 ‘앙개’를 론칭했다. Z세대가 타깃층이다. 국내에서는 자사 몰인 SSF몰을 중심으로,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는 주요 편집숍에서 판매한다.

삼성물산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부터 매년 자체 신규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2021년 9월 온라인 여성복 브랜드 ‘코텔로’를 론칭한 데 이어 2022년 10월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샌드사운드’를 내놨다. 작년 1월에도 여성복 브랜드 ‘디애퍼처’를 선보였다.

이들 신규 브랜드는 론칭 초기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샌드사운드의 올해 1~5월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증가했고, 같은 기간 디애퍼처의 매출도 180% 이상 늘었다. 이 기간 코텔로의 매출 증가율도 20%에 달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확고하고 차별화된 감성을 주는 브랜드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깃층을 명확히 한 마케팅 전략이 적중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4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가량 줄었지만,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물산이 4년 연속 자체 신규 브랜드를 내놓은 것은 장기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자체 브랜드는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성공 여부도 불투명한 대신 수입 브랜드보다 수익성이 높다. 로열티를 지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수입 브랜드의 경우 국내 시장에 어느 정도 안착하면 직접 진출로 선회하는 사례가 많다. 2020년 ‘몽클레르’를 시작으로 ‘메종마르지엘라’ ‘질샌더’ ‘디젤’ 등을 보유한 OTB그룹과 ‘끌로에’ ‘셀린느’ ‘톰브라운’ 등이 직진출을 택했다.

삼성물산과 달리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은 해외 유명 브랜드를 유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3월 ‘Z세대 에르메스’로 불리는 미국 럭셔리 브랜드 ‘더로우’의 단독 매장을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에 열어 화제를 모았다. 오는 9월에는 미국 모터사이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 의류 론칭도 앞두고 있다.

‘타임’ ‘시스템’ 등 자체 브랜드 강화에 힘을 쏟았던 한섬도 최근 잇달아 해외 브랜드의 독점 판매 계약을 맺고 있다. 한섬은 3월 미국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 ‘리던’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지난달 미국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키스’의 국내 첫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