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페라리가 내년 말 첫 전기차 양산 모델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기본 가격은 최소 50만유로(약 7억5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전해졌다. 기본 차량 가격에 옵션 가격이 15~20% 추가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판매 가격은 9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19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페라리가 첫 전기차 모델의 제조 공장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페라리는 21일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북부 마라넬로에서 신규 공장 준공식을 열 예정이다. 이 공장은 3~4개월 이내에 완전히 가동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를 조립하고 부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기존 페라리 가솔린 모델 조립 라인도 설치할 계획이다. 새 공장이 가동되면 회사 생산능력은 연간 약 2만 대로 4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페라리는 지난해 1만4000대 미만의 차량을 고객에게 인도했다. 인도와 중동 등 신흥시장 수요가 늘어 인기 모델의 인도 대기 기간은 2년 이상이다.

이탈리아 은행 메디오방카의 안드레아 발로니 애널리스트는 “페라리 전기차는 틈새 모델이 되며 연간 매출의 10%를 약간 넘게 차지할 것”이라면서도 “핵심 고객은 여전히 가솔린 모델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내연기관 엔진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슈퍼카 업체들도 불가피하게 전동화를 추진 중이다. 페라리는 2019년 SF90 스트라달레를 시작으로 2020년 컨버터블 버전 SF90 스파이더, 296GTB 등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다.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해 830~1000마력의 출력을 내는 슈퍼카다. 2.5초면 시속 100㎞에 도달한다.

페라리는 2022년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비중 확대를 골자로 하는 4개년(2022~2026) 전략을 발표했다. 2025년 첫 순수 전기차를 출시한 뒤 2026년까지 전체 생산 대수 대비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2030년에는 전동화 모델 비중을 80%로 높일 계획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