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예 해방 기념일(준틴스데이)인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링컨기념관에 미국 유색인종 군대와 버펄로 솔저스(19~20세기 활동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병사) 재연 배우가 모여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준틴스데이는 1865년 6월 19일 텍사스주에서 마지막 흑인 노예제가 종식된 것을 기념하는 날로 2021년 연방 공휴일로 지정됐다.
전력난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과 이상기후에 따른 폭염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기존 발전시설로는 따라잡지 못하는 데다 노후화된 전력망이 곳곳에서 전력 공급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앞다퉈 전력 확보와 전력망 개선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정전 대란’남아메리카의 에콰도르에서는 19일(현지시간) 20년 만에 전국적인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로베르토 루쿠에 에콰도르 에너지 장관은 “남부지역 송전선에 문제가 생겼다”며 “낙후된 전력 시스템과 에너지 위기가 낳은 결과”라고 말했다. 전체 에너지원의 75%를 수력발전으로 충당하는 에콰도르는 최근 가뭄과 고온 현상으로 주요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전력 공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4월에만 두 차례에 걸쳐 전력난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전날 대만에서는 네이후 과학단지 일부가 정전됐다. 이 단지에는 반도체 칩 제조업체 엔비디아의 대만 지사와 폭스콘, 위스트론, 델타전자 등 300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대만은 전력망이 노후해 지난 7년 동안에만 세 차례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CNBC는 “대만의 일상적인 정전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지난달 베트남에서는 정부가 대만 폭스콘에 “전력 소비량을 자발적으로 30%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5~6월 베트남 북부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력 부족 사태에 따른 예방적 조치로 해석된다. 세계은행(WB)은 당시 정전으로 인한 생산 감소 피해 규모가 약 14억달러로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0.3%에 달했다고 분석했다.미국 역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제조기지를 자국으로 끌어오면서 주요 제조 도시인 조지아주, 버지니아주, 텍사스주 등이 전력 공급 위기에 처한 것으로 파악된다. ○원전, 화력발전 줄줄이 증설AI 열풍이 거세지면서 전력 소비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전력 수요가 2022년 2만7080TWh에서 2026년 3만601TWh로 4년 사이 13%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중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1%에서 4.4%로 두 배 이상 늘어나고, 2030년에는 10.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발전소 증설과 노후 전력망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2025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에 15.4GW의 신규 석탄 발전 용량을 확보한다. 2016년(20.6GW) 후 가장 많은 신규 용량이다.선진국은 주로 ‘무탄소 에너지’인 원전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첨단 원전 확대를 지원하는 법안이 초당적인 지지를 받아 전날 상원을 통과했다. 1998년 ‘원전 모라토리엄(중지) 정책’을 도입한 호주에서도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날 호주 야당인 자유당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2037년까지 2기의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차세대 원전 신규 건설, 운전 기간 연장에 이어 원전 증설도 허용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기본계획’ 개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전력망 개선도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지난달 전력망 계획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의결했다. 전력망 운영사가 20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발전원 다변화 등 계획을 세우도록 했다.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미국 의회예산처(CBO)가 18일(현지시간) 올해 미국 재정적자 전망치를 4개월 전보다 4000억달러(약 553조원) 늘려 잡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대학 학자금 대출 탕감 등에 재정 지출을 늘린 결과다.CBO는 이날 발표한 ‘2024~2034 예산·경제 전망 업데이트’를 통해 2024회계연도 재정적자 전망치를 1조9000억달러(약 2623조원)로 제시했다. 재정 지출은 6조8000억달러인 데 비해 세입은 4조9000억달러에 그칠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재정적자 전망치는 1조5000억달러였다.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이유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학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 저소득층 의료보험(메디케이드) 비용 증가,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당시 발생한 은행 구제비용의 회수 지연 등을 들었다.CBO는 앞으로 10년간 미국 재정적자가 더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2034년 재정적자는 지금보다 47% 늘어 2조82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계산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인 의료보험(메디케어) 및 사회보장 지출 증가, 우크라이나·이스라엘 등 우방국 군사지원 확대가 주원인이다.미국이 늘어난 적자를 메우기 위해 빚을 끌어쓰고, 그 이자가 다시 적자를 늘리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경고도 나왔다. CBO는 2034년 미 국채 발행 규모를 지난해 말보다 93.5% 늘어난 50조7000억달러로 예측했다. 지난해 말 97%이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28년 109%, 2034년 122%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부채 순이자비용은 올해 8920억달러에서 2034년 1조7000억달러로 늘어난다고 계산했다. 순이자비용은 올해 처음으로 국방 재량지출을 넘어섰다. CBO는 향후 10년간 매년 순이자지출이 GDP의 3.2%를 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CBO가 데이터를 작성한 194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비영리단체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의 마야 맥기니스 회장은 “모든 연방 의원과 대통령 후보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며 실제 비상사태를 제외하고는 신규 차입을 약속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미래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양자통신기술은 양자키분배(QKD), 양자내성암호(PQC) 등으로 분류된다. 한국의 선택은 QKD였다. 정부는 민간기업과 협력해 2035년까지 양자 분야에 3조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QKD 관련 연구개발(R&D)에 힘을 싣고 있다.업계에선 뒷말이 무성하다. QKD가 양자기술 선진국인 미국에서 외면받고 있어서다. QKD 기술을 내세우던 기업들도 PQC 신제품 개발에 뛰어드는 등 전략 수정에 나서는 모습이다. ○美 NSA “기술적 한계 뚜렷”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인 국가안보국(NSA)은 2020년부터 QKD를 공공기관에서 사용하지 말라는 사이버보안 지침을 이어오고 있다. 특정 하드웨어에 의존해야 하고, 디도스 공격에 취약하다는 게 NSA의 설명이다. QKD는 통신망 양 끝단에 장비를 설치해 암호키를 생성하는 기술이다.NSA는 QKD의 대안으로 수학 암호 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PQC 기술을 권고하고 있다. 별도 하드웨어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영국에서도 최근 QKD보다는 PQC에 투자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업계에서는 한국 정부의 전략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에서도 PQC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프로젝트의 종류나 투자금액 등에서 QKD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QKD는 별도 하드웨어가 필요해 비용이 많이 들고 응용 분야가 좁은 데 비해 PQC는 응용 범위가 넓다”며 “한국 정부의 전략은 글로벌 트렌드와 반대”라고 말했다. ○갈 길 먼 기술 전략…기업도 고민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래를 대비한 기술 투자 및 연구엔 정답은 없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상업적으로 QKD를 쓰는 곳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내 연구나 투자가 QKD에 치우친 측면은 있지만 PQC도 챙기고는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QKD에 힘을 실어 준 것은 신규 시장 창출까지 감안한 것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QKD에는 전용 하드웨어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장비 기업의 매출이 생겨날 수 있다는 얘기다.양자기술 표준과 관련한 기업들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QKD 개발에 앞장서던 SK텔레콤은 최근 들어 PQC 쪽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 회사는 이날 국내 양자기업 여섯 곳과 꾸린 양자기술 동맹 엑스퀀텀의 첫 상용 제품으로 PQC 기반 양자암호칩 Q-HSM을 공개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PQC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 PQC와 QKD를 통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기술을 선보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SK그룹의 투자 회사인 SK스퀘어도 QKD 사업에서 힘을 빼는 모습이다. 이 회사는 스위스 양자정보통신기업 IDQ의 지분율을 2022년 69.3%에서 지난해 56.9%로 줄였다. IDQ는 QKD 관련 하드웨어 장비를 판매하는 곳으로, 뚜렷한 수주 실적을 공개한 적이 없다.업계는 한국 정부가 양자기술 R&D 예산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양자정보기술 예산은 953억원이다. 미국이 지난해 양자정보기술 관련 공공분야에 쏟은 1조972억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양자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19조원을 투입했다.■ 양자통신기술중첩과 얽힘 등 양자의 물리적 특성을 정보기술에 적용하면 ‘초고속 연산’ ‘초신뢰 통신’ ‘초정밀 계측’ 등이 가능해진다. 이 중 양자통신은 빛의 가장 작은 단위인 광자에 정보를 담아 전송하고 복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양자컴퓨터 발전으로 기존 암호체계가 무력화될 것에 대비하기 위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