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핵심 자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치는 방안을 마련했다.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을 돕느라 SK이노베이션의 빚이 최근 4년간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자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자회사를 붙여주기로 한 것이다. 두 기업이 하나가 되면 정유부터 가스, 배터리를 아우르는 자산 105조원짜리 초대형 에너지기업이 탄생한다.
SK이노, '캐시카우' E&S 합병…SK온 살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다음달 중순 각각 이사회,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하기로 했다. SK그룹은 한 달 전부터 대형 회계법인을 통해 비상장회사인 SK E&S의 기업가치를 평가한 뒤 이를 토대로 두 회사의 합병비율 산정 작업을 하고 있다.

두 회사를 합치는 이유는 명확하다. 위기에 빠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SK온)을 살리기 위해서다. SK온은 15조원 이상 설비 투자를 해야 하지만, 누적된 적자로 자금줄이 마른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SK온이 빌린 투자금에 지급보증을 하느라 2019년 21조원 규모이던 부채가 올 1분기 55조원으로 불었다. 그런 만큼 지난해 1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SK E&S와 하나가 되면 SK온에 추가로 도와줄 여력이 생긴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SK E&S를 합병하고, SK E&S의 액화천연가스(LNG) 및 발전자회사 등은 SK온에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SK는 합병을 염두에 두고 지난 6일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을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으로, SK E&S 대표 출신인 유정준 부회장을 SK온 부회장으로 선임하는 등 사전 정지 작업을 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SK E&S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SK그룹은 애초 수익성이 좋은 윤활유업체인 SK엔무브를 SK온과 합치는 방안을 추진했다. 두 회사 합병안을 의결하기 위해 이사회 일정까지 잡았지만 몇몇 주주가 반대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의 마지막 문턱 역시 일부 주주의 반대를 넘는 것이다. SK E&S는 그룹 지주사인 SK㈜가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다. SK온을 돕기 위해 알짜 회사를 SK이노베이션에 넘기는 것에 대해 상장사인 SK㈜ 주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날 SK㈜ 주가는 SK E&S 합병 소식에 3.95% 떨어졌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자금난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에 15.57% 급등했다.

김형규/차준호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