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품대결 보려고 휴가 냈어요” > 20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열린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24’ 대회에서 박민지, 이예원, 노승희가 드라이버 티샷 후 이동하고 있다.   /포천힐스CC=이승재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 “명품대결 보려고 휴가 냈어요” > 20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열린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24’ 대회에서 박민지, 이예원, 노승희가 드라이버 티샷 후 이동하고 있다. /포천힐스CC=이승재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20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4’ 1라운드가 열린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

낮 최고 기온이 34도까지 올라가는 기록적인 폭염에도 낮 12시가 되자 1번 홀 티잉 구역에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장타 퀸’ 라이벌로 꼽히는 윤이나(21)와 방신실(20)이 같은 조에서 맞붙는 역사적 장면을 직관하기 위해서였다. 갤러리들은 “거리 대결이 볼 만하겠다”며 더위도 잊은 채 선수들이 손에 쥔 드라이버 끝에 시선을 집중했다. 이내 두 선수의 호쾌한 티샷이 이어지자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디펜딩 챔피언’ 박민지(26)와 절정의 기량을 보이고 있는 노승희(23), 이예원(21)이 만난 조에도 수많은 갤러리가 따라붙었다.

○톱랭커 총출동에 ‘구름 갤러리’

이날 포천힐스CC에는 평일의 무더운 날씨에도 골프팬의 발길이 이어졌다. 올 시즌 13개 대회에서 우승한 10명의 챔피언과 상금랭킹 톱10 전원이 출전하며 일찌감치 ‘명품 승부’가 예고됐기 때문.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이 상반기 KLPGA 정규 투어 중 최대 규모인 14억원의 총상금을 내걸며 메이저급 대회로 거듭난 결과다. 올해 처음 대회 구경을 왔다는 류장민 씨(56)는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대회인 만큼 최근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아내의 견문을 넓히기 위해 직접 현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섯 살 손주와 함께 오손도손 경기를 즐기는 70대 노부부 등 가족 단위 갤러리도 눈에 띄었다.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은 매년 수만 명의 갤러리가 찾는 KLPGA투어 대표 흥행 대회다. 서울 어디에서나 한 시간 안팎이면 닿을 수 있는 입지 덕분이다. 경기 수원시에서 온 60대 윤유현 씨는 “여러 대회에 다녀봤지만 갤러리에겐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이 동선이 편해 만족스럽다”며 “쉬운 코스가 없다 보니 보는 맛도 있다”고 했다. 서울에서 온 김현정 씨(48)는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이 대부분 멀다 보니 쉽게 가보지 못했는데, 이번 대회는 친구들과 부담 없이 왔다”고 말했다.

폭염에도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를 위해 주최 측도 풍성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입장객에게 부채를 선물했고 코스 곳곳에서 아이스크림을 제공했다. BC카드는 갤러리플라자 내에 무더위 쉼터를 열고 경품 추첨 이벤트 등을 진행했다. 서울 상암동에서 온 이혜영 씨는 “VIP를 위해 마련된 공간에 온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고, 강서구에서 온 김선영 씨는 “갤러리를 편하게 해주려는 배려가 곳곳에서 느껴진다”고 말했다.

○빅매치 풍년에 응원전도 ‘후끈’

구름 인파가 모인 만큼 화끈한 응원전도 곳곳에서 펼쳐졌다. 윤이나와 방신실이 맞붙은 조에선 ‘반짝반짝 윤이나’라고 쓰인 분홍색 핀 배지를 단 팬 10여 명이 “윤이나, 윤이나, 파이팅!”이라고 외치자 이에 질세라 ‘방글방글’이라고 적힌 타월을 두른 방신실의 팬들도 “힘내라”고 응수했다. 윤이나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 양평군에서 왔다는 김대성 씨는 “전국 각지에서 함께 응원하는 동료들과 휴가를 내 숙소를 잡고 경기장에 왔다”며 “우리의 응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임희정(24)의 트레이드마크인 ‘사막여우’를 따서 만든 팬카페 ‘예사(예쁜 사막여우)’ 회원들은 응원 플래카드를 일제히 들어 올리며 응원하기도 했다. 회원 박병기 씨(55)는 “최근 성적이 주춤한 만큼 응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해 더운 날씨에도 대회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팬들은 같은 조 선수들에 대한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 허다빈이 12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자 환호가 쏟아졌고, 정윤지(24)가 첫 티샷을 날리자 윤이나의 팬들도 “굿 샷”을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경기 고양시에서 온 주모씨(51)는 “같은 조 선수들도 좋은 성적을 내야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팬들의 응원에 선수들도 화려한 플레이로 화답했다. ‘손풍기(휴대용 선풍기)’로 열을 식히며 컨디션 조절을 한 윤이나는 첫 홀부터 버디를 잡으며 분위기를 달궜다. 경기를 마친 뒤 윤이나는 “팬들의 응원 덕에 폭염에도 힘든 줄 모르고 경기했다”며 “팬들은 저에게 비타민과 같은 존재”라고 감사를 표했다.

포천힐스CC=유승목/조수영/조철오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