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같은 사랑 이야기…신간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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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롤리타'를 쓴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한때 그의 현란한 문장력을 여성에게 어필하기 위해 사용했다.
아내 베라를 낚아챈 것도 십중팔구 그의 글 쓰는 재능 덕택이었다.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 이미 말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또 한 번 말해야겠어, 내 사랑, 아주 중요한 얘기야, 부디 집중해줘. 인생에는 중요한 것들이 많지. 예를 들어 테니스라든가, 태양, 문학 같은, 그렇지만 이것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이, 더 무겁고, 더 깊고, 더 넓고, 더 높아……. 하려는 말이 뭔지 아주 간단히 말할게, 그러니까, 당신을 사랑해."
편지글에 감동한 베라는 나보코프와 결혼했다.
베라는 나름 행복하게 살았다.
러시아 혁명을 피해 망명한 그를 따라 세계 여러 나라를 떠돌면서.
나보코프가 베라와 사랑에 빠질 무렵, 문학사상 유명한 커플인 스콧 피츠제럴드와 젤다 피츠제럴드는 관계의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스콧은 밤새도록 술을 마셨고, 젤다는 온종일 춤을 췄다.
스콧은 젤다를 피해 절친 헤밍웨이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게 일상이었다.
젤다는 남편 아닌 다른 남성들을 만났다.
그토록 사랑했건만 그들은 이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데 혈안이 됐다.
스콧과 젤다는 나락의 심연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던 것이다.
독일 언론인이자 작가 플로리안 일리스가 쓴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은 베를린 황금기였던 1929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1939년까지 격동의 10년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일기, 편지, 잡지, 신문, 그림,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당대 예술가들의 사랑 이야기를 추적했다.
여러 나라에서 격찬받았던 '1913년 세기의 여름'의 후속작이다.
책에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
자기중심적인 사랑, 상대의 재능 때문에 빠져든 사랑, 식어가는 사랑, 너무 뜨거운 사랑, 은은한 사랑, 미칠 것 같은 사랑, 심연보다 깊은 자녀에 대한 사랑 등 여러 사랑의 그림이 콜라주처럼 펼쳐진다.
이야기가 연결돼 있지만, 굳이 처음부터 읽어 내려갈 필요는 없다.
브레히트, 사르트르, 보부아르, 단눈치오, 피카소, 헤밍웨이, 헨리 밀러, 벤야민 등 자신이 궁금해할 만한 예술가들을 찾아 그 부분만 읽어도 흥미로울 듯하다.
1920~3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가 로베르토 무질은 "세계의 역사는 적어도 그 절반은 사랑의 역사"라고 했다.
책을 읽다 보면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왜 사랑의 종류는 이리 다양하고, 그 이야기는 이다지도 많고, 깊은 것인가.
"프란츠가 총으로 자기를 쏜 것이다.
호프만스탈은 그저 무감각하게 안락의자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7월15일 아들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뇌졸중으로 죽고 만다.
아니다, 가슴이 찢어져 죽은 것이다.
"
문학동네. 한경희 옮김. 584쪽.
/연합뉴스
아내 베라를 낚아챈 것도 십중팔구 그의 글 쓰는 재능 덕택이었다.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 이미 말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또 한 번 말해야겠어, 내 사랑, 아주 중요한 얘기야, 부디 집중해줘. 인생에는 중요한 것들이 많지. 예를 들어 테니스라든가, 태양, 문학 같은, 그렇지만 이것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이, 더 무겁고, 더 깊고, 더 넓고, 더 높아……. 하려는 말이 뭔지 아주 간단히 말할게, 그러니까, 당신을 사랑해."
편지글에 감동한 베라는 나보코프와 결혼했다.
베라는 나름 행복하게 살았다.
러시아 혁명을 피해 망명한 그를 따라 세계 여러 나라를 떠돌면서.
나보코프가 베라와 사랑에 빠질 무렵, 문학사상 유명한 커플인 스콧 피츠제럴드와 젤다 피츠제럴드는 관계의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스콧은 밤새도록 술을 마셨고, 젤다는 온종일 춤을 췄다.
스콧은 젤다를 피해 절친 헤밍웨이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게 일상이었다.
젤다는 남편 아닌 다른 남성들을 만났다.
그토록 사랑했건만 그들은 이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데 혈안이 됐다.
스콧과 젤다는 나락의 심연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던 것이다.
독일 언론인이자 작가 플로리안 일리스가 쓴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은 베를린 황금기였던 1929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1939년까지 격동의 10년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일기, 편지, 잡지, 신문, 그림,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당대 예술가들의 사랑 이야기를 추적했다.
여러 나라에서 격찬받았던 '1913년 세기의 여름'의 후속작이다.
책에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
자기중심적인 사랑, 상대의 재능 때문에 빠져든 사랑, 식어가는 사랑, 너무 뜨거운 사랑, 은은한 사랑, 미칠 것 같은 사랑, 심연보다 깊은 자녀에 대한 사랑 등 여러 사랑의 그림이 콜라주처럼 펼쳐진다.
이야기가 연결돼 있지만, 굳이 처음부터 읽어 내려갈 필요는 없다.
브레히트, 사르트르, 보부아르, 단눈치오, 피카소, 헤밍웨이, 헨리 밀러, 벤야민 등 자신이 궁금해할 만한 예술가들을 찾아 그 부분만 읽어도 흥미로울 듯하다.
1920~3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가 로베르토 무질은 "세계의 역사는 적어도 그 절반은 사랑의 역사"라고 했다.
책을 읽다 보면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왜 사랑의 종류는 이리 다양하고, 그 이야기는 이다지도 많고, 깊은 것인가.
"프란츠가 총으로 자기를 쏜 것이다.
호프만스탈은 그저 무감각하게 안락의자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7월15일 아들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뇌졸중으로 죽고 만다.
아니다, 가슴이 찢어져 죽은 것이다.
"
문학동네. 한경희 옮김. 58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