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수수료 아끼려다 수억 날린다"…부동산 셀프거래의 덫
최근 서울에 아파트를 매수한 A씨(37세)는 새로 살 집을 고를 때 부동산 중개 앱을 사용해 매도인과 직접 연락을 주고받았다. 계약서는 인터넷에 올라온 표준 양식을 활용했다.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 확인까지 꼼꼼하게 마친 뒤 문제가 없는 걸 여러 번 확인하고 나서야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계약 후에는 관할 시청을 찾아 취득세를 신고하고 국민주택채권 매입 영수증 등 필요서류를 챙겨 등기 신청도 스스로 마쳤다.
"중개수수료 아끼려다 수억 날린다"…부동산 셀프거래의 덫
A씨는 “까다롭고 번거로운 과정이 계속돼 휴가를 내고 여러 번 인터넷을 확인해가며 겨우 등기를 쳤다”면서도 “중개수수료 300만원과 각종 수수료 100만원 가까이 아낀 것 같아 고생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 중개소 안 찾는 MZ

최근 서울 부동산 매입에 나서는 20·30세대 등 생애 최초 매수자가 늘어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젊은 층은 주택을 매입 혹은 임차할 때 발생하는 각종 부대비용을 아끼려는 경향이 크다.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을 웃도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부터 등기를 대행해주는 법무사 비용 등이 대표적이다.

중개보수는 시·도에서 조례로 매매가격 기준 요율 한도를 정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매매 기준 5000만원 미만 거래는 0.6%, 5000만~2억원 미만은 0.5%, 2억~9억원 미만 0.4%, 9억~12억원 미만 0.5%, 12억~15억원 미만 0.6%, 15억원 이상 0.7% 등이다. 8억7000만원의 주택을 매매한다고 가정하면, 0.4%의 요율을 적용받아 348만원의 중개수수료를 내야 한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10%가 별도로 붙는다. 이를 더하면 부동산중개료만 382만8000만원에 달한다. 다만, 중개보수는 한도액 내에서 협의해 결정할 수 있다.

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부동산을 직거래하면 중개인이 중간에 끼지 않기 때문에 절차 진행 속도가 빠르고, 가격 흥정도 보다 원활하다. 신속한 거래를 원할수록 중개 거래보다는 직거래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이대역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소 간판들. 한경DB
이대역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소 간판들. 한경DB
법무사에게 등기를 위임할 경우에는 거래액에 따른 법무사 보수와 그에 대한 부가가치세, 등기·신고 및 세금 납부 대행 등에 대한 수수료가 붙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등기 때 필요한 국민주택채권 매입과 은행에서 제시하는 할인료를 제하고 매각하는 과정을 대행해주며 수수료를 별도로 받기도 한다. 법무사 수수료는 적게는 30만원, 많게는 100만원을 웃돈다.

서류 준비가 8할 … 근저당 등 잘 따져야

부동산을 직거래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계약 상대방이 해당 매물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실소유자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등기부등본상 소유자와 계약 상대방이 동일인인지 주민등록증과 등기권리증 등을 통해 꼼꼼히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대리인과 계약할 때는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요구해야 한다. 거래금액과 계약금, 잔금일, 특약 등을 매도인과 매수인이 합의해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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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이 압류 혹은 가압류돼있거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중도금 혹은 매매 잔금을 치르며 동시에 가압류나 근저당을 해제하고 확인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직거래나 셀프등기가 어려울 수 있다.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는 선순위 보증금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 거래하려는 부동산 등기사항전부증명서와 도시계획확인원, 건축물대장 등 필요한 서류를 모두 발급받아 사전 검토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등기를 법무사에게 맡기지 않고 매수인이 스스로 할 때는 매도인의 신분증과 인감도장, 등기권리증, 주민등록 초본과 매수인의 신분증, 인감도장, 주민등록등본, 부동산매매계약서와 소유권이전등기신청서 등 각종 서류를 빠뜨리지 않고 준비해야 한다. 건축물대장과 토지대장, 취득세영수확인서, 부동산거래신고필증, 국민주택채권매입영수증 등도 필요하다.

수수료 아끼지만 … 법적 분쟁은 유의해야

부동산을 직거래하면 거액의 수수료를 아낄 수 있지만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계약자가 책임을 오롯이 져야 한다. 중개 거래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한국공인중개사협회나 보증사 등에서 손해를 일부 배상받을 수 있지만 개인 거래는 이 같은 안전장치가 전무하다.

특히 근저당권이 설정됐거나 압류된 부동산 등을 직거래할 때는 절차가 복잡하고 개인이 확인하기 쉽지 않아 중개를 통해 거래하는 것이 안전하다. 허위 매물이나 사기 피해 우려도 덜 수 있다. 명의를 도용한 사람이 가짜로 집을 계약하거나 서류를 위조해 채무 관계 등 주요 사항을 숨기더라도 개인 간 거래에서는 이를 밝혀내기 쉽지 않다.
"중개수수료 아끼려다 수억 날린다"…부동산 셀프거래의 덫
전문가들은 직거래하더라도 소정의 수수료를 내고 계약서 작성 등만 전문가에게 위임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다만 이 경우 공인중개사는 자신이 직접 중개하지 않은 부동산계약서를 작성할 수 없다. 계약서 작성은 행정사에 위임해야 한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