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거칠마 토성 유적 정상부서 제단·물 모으던 시설 등 발견
"마한 '소도' 발전된 형태 추정"…대규모 마을 형성 흔적도
대형 기둥 세운 흔적에 방울까지…해남서 의례 공간 흔적 확인
전남 해남에서 고대 마한의 전통을 이어 각종 의례를 지낸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확인됐다.

국가유산청은 "해남군 북일면 거칠마 토성 일대를 발굴 조사한 결과, 고대 마한 전통의 제사 의례를 위해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이 발견됐다"고 20일 밝혔다.

해남 거칠마 토성은 1990년대 초반에 발견된 성곽 유적이다.

거칠매산 정상을 둘러싸고 담을 쌓듯 흙더미를 쌓아 올려 조성한 것으로 여겨진다.

전체 둘레가 385m, 면적은 약 6천여㎡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대형 기둥 세운 흔적에 방울까지…해남서 의례 공간 흔적 확인
해남군과 마한문화연구원, 동신대 영산강문화센터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토성 정상부에서 제단으로 추정되는 부분과 문과 계단 등 출입시설 3곳의 흔적을 찾아냈다.

네모난 형태의 제단은 긴 쪽의 길이가 28m, 짧은 쪽은 24m로 파악됐다.

제단에서는 지름이 110㎝, 깊이가 90㎝에 이르는 대형 기둥 구멍이 확인됐으며, 약 7㎝ 크기의 철제 방울도 출토됐다.

조사단은 커다란 나무를 세우고 방울과 북을 걸어 신령을 모시는 풍습인 입대목(立大木) 제사 의례와 관련 있는 흔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형 기둥 세운 흔적에 방울까지…해남서 의례 공간 흔적 확인
중국 역사서 '삼국지' 위서 동이전 기록에 따르면 마한의 문화 가운데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소도'이다.

소도는 죄인이 도망가 숨더라도 잡아가지 못하는 신성한 공간을 뜻한다.

동이전은 소도와 관련해 입대목 의례가 행해졌다고 전한다.

국가유산청은 "지금까지 발견된 제사 유적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특수 성역 공간으로 보인다"며 "유적 연대가 5∼6세기인 점을 고려하면 소도의 발전된 형태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거칠마 토성은 동북아 고대 세력이 활발하게 오가던 서남해 해양 항로의 거점 지역에 있다는 점에서 과거 고대 해양 항로를 관장하는 제사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대형 기둥 세운 흔적에 방울까지…해남서 의례 공간 흔적 확인
조사단에는 제단 동쪽에 물을 모아두는 흔적이 확인된 점도 주목하고 있다.

성안에서 식수 등으로 쓰기 위한 물을 모으기 위해 만든 집수정(集水井)은 찰진 점토를 두텁게 발라 땅속에 물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한 뒤, 인공적으로 물을 가둬두는 형태로 파악된다.

조사단은 바닥에 퇴적물이 쌓이지 않도록 엄격하게 관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적 일대에서는 거칠마 고분 1기, 구덩이를 판 반 움집 형태의 집터, 조개껍데기로 이뤄진 패각층 등도 나와 대규모 마을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기둥 세운 흔적에 방울까지…해남서 의례 공간 흔적 확인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역사문화권 중요 유적 발굴조사의 하나로 진행된 이번 조사를 통해 해남 북일면 일대가 국제 해상 교류의 중심지로서 다시 한번 재조명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과 해남군은 21일 오후 2시에서 현장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해남군은 올해 9∼10월 거칠마 토성 유적에 대한 2차 조사를 진행한 뒤 추후 학술 연구·조사를 거쳐 지정유산으로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형 기둥 세운 흔적에 방울까지…해남서 의례 공간 흔적 확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