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삼 시장 "시민기획단 논의 결과 적극 반영"
제주들불축제 '불 놓기' 없애고 빛·조명으로…'불멍' 허용
산불 발생 우려 등으로 폐지된 제주들불축제의 '들불'이 빛과 조명으로 구현된다.

제주시는 20일 '2025 제주들불축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시는 그동안 축제에서 실감 나는 들불을 보여주기 위해 해왔던 '오름 불놓기'를 빛과 조명 등으로 연출하기로 했다.

다만 축제의 정체성을 이어 나가기 위해 소규모 달집태우기를 하고, 시대 흐름을 반영해 캠핑 구역에서의 '불멍'(불을 보며 멍하니 있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을 허용한다.

시민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즐기는 축제를 위해 주 무대 등 필수 공간을 제외한 행사장을 시민 참여 공간으로 재설계한다.

축제장 일부는 록 페스티벌 등 각종 체험놀이를 하고 푸드트럭과 라이브커머스를 운영하는 공간으로 바뀐다.

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게 해먹, 명상, 독서, 요가, 산책 등 다양한 공간을 마련한다.

제주 문화인 돌담, 원담과 민속놀이 등을 즐길 수도 있다.

지속 가능한 친환경 축제를 위해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다회용기 대여 및 세척 시스템을 도입하고, 각종 홍보물을 QR코드로 대체하며, 플로깅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시는 내년 축제 개최 후 만족도를 조사하고, 시민과 전문가의 평가 및 의견을 수렴해 변화를 모색할 방침이다.

제주들불축제 '불 놓기' 없애고 빛·조명으로…'불멍' 허용
강병삼 제주지시장은 "제주의 정체성과 생태 가치를 지키고 시민 참여 축제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축제 기본계획에 시민기획단의 논의 결과를 적극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코로나19와 기상 상황 등으로 제주들불축제를 취소하거나 축소 개최하다가 지난해 3월 4년 만에 정상 개최했으나 전국적인 산불 발생으로 정부가 경계 경보를 발령하자 오름 불놓기 등 불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모두 취소했다.

제주녹색당은 한 달 뒤 "산 전체를 태우는 행위는 기후위기 시대를 역행할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제주들불축제 존폐에 대한 숙의형 정책 개발을 청구했다.

제주시는 들불축제 숙의형 원탁회의를 운영한 뒤 같은 해 10월 원탁회의 운영위원회의 권고안을 반영해 '오름 불놓기'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편 제주시 애월읍 주민 1천910명은 지난 5월 제주도의회에 '제주특별자치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청구했다.

조례안은 들불축제 개최 기간을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 전후 전국 산불경보 발령 기간을 제외한 기간으로 하고, 장소는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소재 새별오름 일원으로 했다.

주요 행사로 목초지 불놓기, 달집태우기, 듬돌들기, 풍년 및 무사안녕 기원제 등을 명시했다.

애월읍 주민들은 "지난 27년간 24회에 걸쳐 추진돼온 제주들불축제가 중단되면서 제주 고유의 정월대보름 세시풍속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