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외심은 어디서 나오나, 확실히 구찌 가방에서는 아니지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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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 자문 교수
거대함과 마주할 때 느끼는 감정
세속적 욕망과는 거리가 멀어
일상의 경이로움은 인간을 어떻게 성장시키나
거대함과 마주할 때 느끼는 감정
세속적 욕망과는 거리가 멀어
일상의 경이로움은 인간을 어떻게 성장시키나
영화 '인사이드 아웃' 주인공 라일리의 머릿속 감정 콘트롤 본부엔 다섯 가지 감정이 존재한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그리고 소심이다. 이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라일리의 표정과 말,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자아를 형성한다. 그리고 얼마 전 개봉한 속편에선 13살이 된 라일리에게 불안 당황 따분 부러움 등 새로운 감정이 추가됐다. 사춘기를 맞아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여기서 더해 보는 상상력 한 스푼. 시간이 흘러 라일리가 대학에 들어가고 성인이 되면 찾아올 새로운 감정은 무엇일까. '인사이드 아웃' 자문을 맡은 대커 켈트너 미국 UC버클리 심리학과 교수는 그것이 경외심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경외심>은 인간 정서 연구의 대가인 캘트너 교수가 20년 넘게 몰두해 온 경외심에 대한 연구를 정리한 결과물이다. 캘트너는 "경외심은 인간 삶을 일으키고 지탱해주는 중요한 감정"이라고 강조한다.
저자가 과학적으로 정의한 경외심이란 세상에 대한 기존 이해를 뛰어넘는 거대한 무언가와 마주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이때 거대함은 물리적인 것일 수도, 때로는 관념적인 것일 수도 있다. 저자가 다양한 국가와 문화권을 연구한 결과 사람들이 가장 빈번하게 경외심을 느끼는 대상은 바로 타인이었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부터 뉴스에 나오는 전혀 모르는 사람까지 타인의 친절이나 재능, 역경을 극복하는 모습 등을 목격할 때 벅찬 감동이 차오르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경외심은 생각보다 가까운 일상에서, 자주 찾아온다. 캘트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평균 일주일에 두세 번씩 경외심을 경험했다.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장의 관중 속에서 함께 하며 하나 되는 경험을 할 때, 대자연 혹은 예술 작품 앞에 섰을 때, 영적이고 종교적인 신비를 체험할 때, 탄생과 죽음을 직간접적으로 마주하거나 위대한 통찰이나 깨달음을 얻을 때 우리는 경외심을 느낀다.
주목할 점은 경외심을 일으키는 대상에 물질적이거나 세속적인 경험은 포함되지 않는단 점이다. 캘트너 교수가 경외심을 연구하며 조사한 수많은 사람 중 경외심을 이야기하며 소유나 소비 경험을 내세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경외심은 구찌 가방이나 몽블랑 펜, 애플워치 등을 가질 때 찾아오지 않는다. 즉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세속적인 것들을 뛰어넘는 영역에서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경외심은 인간을 삶의 거대한 힘과 연결해줌으로써 한 단계 성장시킨다. 우리는 경외심을 느낄 때마다 파편화된 개인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거대한 수많은 것들의 일부로서 존재함을 깨닫는다. 저마다 분리된 존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연계의 일부이자, 수많은 종 가운데 하나이며, 생존을 위해 서로에게 의존하는 거대한 사회적 연결망에 속한다는 이해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분열된 현실을 살아가는 지금, 저자는 우리에게 경외심이 간절히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400쪽이 넘도록 경외심이란 한 가지 감정에 천착하는 이 책을 읽고 나면 지금껏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속 경외의 순간들을 발견하게 된다. 석양이 지며 하늘이 주황색에서 짙은 보랏빛 파란색으로 변하는 장면을 볼 때도 경외심을 느낄 수 있으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옹알이를 하던 어린 아이가 어느 날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며 말을 건네올 때도 경외심을 느낄 수 있다. 태어나고 성장하는 것이 동시에 나이들고 죽어가는 것과 같단 걸 깨달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 순간, 순간들이 쌓여 삶이 단단해질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여기서 더해 보는 상상력 한 스푼. 시간이 흘러 라일리가 대학에 들어가고 성인이 되면 찾아올 새로운 감정은 무엇일까. '인사이드 아웃' 자문을 맡은 대커 켈트너 미국 UC버클리 심리학과 교수는 그것이 경외심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경외심>은 인간 정서 연구의 대가인 캘트너 교수가 20년 넘게 몰두해 온 경외심에 대한 연구를 정리한 결과물이다. 캘트너는 "경외심은 인간 삶을 일으키고 지탱해주는 중요한 감정"이라고 강조한다.
저자가 과학적으로 정의한 경외심이란 세상에 대한 기존 이해를 뛰어넘는 거대한 무언가와 마주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이때 거대함은 물리적인 것일 수도, 때로는 관념적인 것일 수도 있다. 저자가 다양한 국가와 문화권을 연구한 결과 사람들이 가장 빈번하게 경외심을 느끼는 대상은 바로 타인이었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부터 뉴스에 나오는 전혀 모르는 사람까지 타인의 친절이나 재능, 역경을 극복하는 모습 등을 목격할 때 벅찬 감동이 차오르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경외심은 생각보다 가까운 일상에서, 자주 찾아온다. 캘트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평균 일주일에 두세 번씩 경외심을 경험했다.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장의 관중 속에서 함께 하며 하나 되는 경험을 할 때, 대자연 혹은 예술 작품 앞에 섰을 때, 영적이고 종교적인 신비를 체험할 때, 탄생과 죽음을 직간접적으로 마주하거나 위대한 통찰이나 깨달음을 얻을 때 우리는 경외심을 느낀다.
주목할 점은 경외심을 일으키는 대상에 물질적이거나 세속적인 경험은 포함되지 않는단 점이다. 캘트너 교수가 경외심을 연구하며 조사한 수많은 사람 중 경외심을 이야기하며 소유나 소비 경험을 내세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경외심은 구찌 가방이나 몽블랑 펜, 애플워치 등을 가질 때 찾아오지 않는다. 즉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세속적인 것들을 뛰어넘는 영역에서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경외심은 인간을 삶의 거대한 힘과 연결해줌으로써 한 단계 성장시킨다. 우리는 경외심을 느낄 때마다 파편화된 개인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거대한 수많은 것들의 일부로서 존재함을 깨닫는다. 저마다 분리된 존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연계의 일부이자, 수많은 종 가운데 하나이며, 생존을 위해 서로에게 의존하는 거대한 사회적 연결망에 속한다는 이해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분열된 현실을 살아가는 지금, 저자는 우리에게 경외심이 간절히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400쪽이 넘도록 경외심이란 한 가지 감정에 천착하는 이 책을 읽고 나면 지금껏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속 경외의 순간들을 발견하게 된다. 석양이 지며 하늘이 주황색에서 짙은 보랏빛 파란색으로 변하는 장면을 볼 때도 경외심을 느낄 수 있으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옹알이를 하던 어린 아이가 어느 날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며 말을 건네올 때도 경외심을 느낄 수 있다. 태어나고 성장하는 것이 동시에 나이들고 죽어가는 것과 같단 걸 깨달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 순간, 순간들이 쌓여 삶이 단단해질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