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와 모두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강대국 사이 균형잡기 성과"
푸틴에 '고립 탈피' 선물 주면서도 미국과 관계악화 피해
바이든·시진핑·푸틴 잇따라 불러들인 베트남 '대나무 외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으로 베트남은 최근 9개월 동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세계 3대 강대국의 최고 지도자를 불러들여 관계 강화에 합의했다.

모든 주요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갖는다는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 정책이 또 한 번 성과는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또 럼 베트남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서로의 적대국과는 동맹을 맺지 않기로 합의했다.

럼 주석은 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서로의 독립·주권과 영토의 온전성을 해치는 제3국과의 동맹과 조약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베트남이 미국 등 서방 주도의 러시아 포위망에 가담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를 통해 베트남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푸틴 대통령에게 선물을 안겨줬다.

물론 미국은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 방문 때문에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망했다.

당장 이번에 러시아와 베트남이 한 합의에는 러시아-북한 간에 체결된 군사원조 합의와 같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반발을 초래할 실질적인 내용은 없다고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의 나이절 굴드 데이비스 선임연구원은 AP 통신에 설명했다.

바이든·시진핑·푸틴 잇따라 불러들인 베트남 '대나무 외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최고 권력자인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만나 양국 관계를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했다.

이어 석 달 뒤인 지난해 12월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 기존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베트남은 앞서 2012년 러시아와의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한 바 있어 미국·중국·러시아와 모두 최고 수준의 외교 관계를 맺은 국가가 됐다.

강대국 간 균형 잡기에 능숙한 베트남 외교의 바탕에는 특유의 대나무 외교 기조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나무 외교는 쫑 서기장의 2021년 발언에서 유래했다.

그는 베트남의 외교 정책이 강한 뿌리, 튼튼한 줄기, 유연한 가지를 가진 대나무와 같아야 한다면서 '더 많은 친구, 더 적은 적'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FT는 대나무 외교가 바이든 대통령·시 주석·푸틴 대통령의 잇따른 방문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베트남이 강대국 간 균형 잡기를 통해 세계 공급망에서 중요성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베트남은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기지로서 세계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들이고 있지만,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 최대 무기 공급 국가인 러시아와 유대 관계를 해치지 않고 이를 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과 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석유·가스 공동 탐사 사업을 벌이는 등 중국을 견제하는 데 러시아·미국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번 푸틴 방문에서처럼 적절한 수준의 합의로 미국에 끌려가지 않으면서도 미국과 관계 악화는 피하려 한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응우옌 칵 장 연구원은 베트남이 강대국들 사이에서 능동적으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것이 베트남이 3대 강대국으로부터 이득을 얻어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시진핑·푸틴 잇따라 불러들인 베트남 '대나무 외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