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 열정 극단] ③ "따뜻한 세상 여는 연극 만들고파"(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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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 관람료로 극단·소극장 운영…내년 지원금도 줄어 걱정
동인시스템·시대 변화에 고민…"꾸준히 이웃 삶에 천착"
[※ 편집자 주 = 척박한 지방의 문화 환경 속에서 63년간 전주시민과 웃고 울며 외길을 걸어온 창작극회가 180회 정기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지역 연극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관객과 소통해온 전북의 유일한 창작극단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를 세 차례에 걸쳐 송고합니다.
] "그동안 창작극회는 우리가 발 디딘 사회의 깊숙한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 지역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고 싶습니다.
"
홍석찬 대표(59)가 전북 전주시 완산구 동문예술거리에 자리한 창작극회 사무실에서 180번째 공연 '제로 쉴드 제로'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홍 대표는 지난해 창작극회 대표로 취임했다.
대학 전공을 살려 35년 전 독문학을 번역해 무대로 올리다가 자신도 배우가 됐다.
그리고 그 오랜 길이 모여 창작극회 대표 자리로 이끌었다.
대학교를 갓 졸업하던 즈음 그는 '무대=공적인 자리'라고 생각했다.
홍 대표는 "관객들 앞에서 읊조리는 대사가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향한 발언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대사들이 누군가에게 울림을 줄 수 있겠구나 싶어서 꾸준히 연기를 하게 됐고, 지금도 그런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961년 2월 창립된 창작극회가 63년이 흐른 지금까지 무대에 올린 작품은 180편. 전북은 물론 전국으로 눈을 돌려봐도 손에 꼽힐 만큼 길고 풍부한 역사다.
홍 대표는 수많은 작품 중 인상적인 작품으로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맞아 무대에 올린 '서울로 가는 전봉준'과 연극과 음악을 결합한 악극 '이수일과 심순애'를 꼽았다.
홍 대표는 "악극은 청소년에게는 신기함을, 장년층에게는 재미를, 노년층에게는 추억을 줄 수 있다"며 "가족들이 모두 볼 수 있어서인지 '이수일과 심순애'의 반응이 참 좋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층을 넓히기 위해 많이 고민한다"며 "로맨스를 중심에 둔 극단도 있겠지만 창작극회는 우리 지역과 소수자를 아우르며 다양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창작소극장을 운영하는 류가연 연출가(42)도 홍 대표와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3년 전 세상을 떠난 류영규 선생의 딸이다.
류영규 선생 역시 연출가와 배우, 창작극회 대표까지 그야말로 '1인 3역'을 마다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창작극회에 발을 디뎠다.
그렇게 창작극회에서 연출가와 배우를 겸하다가 창작소극장과 극단을 분리해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2년 전부터 창작소극장 운영도 맡고 있다.
류 연출가는 "무대에서 우리가 사는 이야기가 펼쳐지면 마치 거울을 보듯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며 "콜센터 직원을 주인공으로 한 '전화벨이 울린다'나 요양원에 아버지를 보내기 전날 가족의 관계를 되짚는 '시계가 머물던 자리'처럼 우리 삶을 현실적으로 담아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환갑을 훌쩍 넘은 창작극회의 긴 역사는 자부심 그 자체지만, 단원들의 어깨를 짓누를 때도 있다.
특히 창작극회 단원들을 결집하는 '동인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그 가운데 하나다.
동인 시스템이란 간단하게 말해 단원들이 한 식구처럼 공동체로 일하는 시스템이다.
제작과 기획·배우가 나뉜 기획시스템보다 새로운 작품을 빠르게 발굴하기가 어렵다.
"30년 전 처음으로 창작소극장이 문을 열었을 때 기억이 선명하다"는 홍 대표는 "이런 기억을 모두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창작극회가 긴 시간 이어져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지만 바로 이것 때문에 우리가 새로운 물결에 더디게 대응하고 있지는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고 털어놨다.
극단에 대한 지원이 줄어드는 것도 걱정이다.
창작극회의 관람료는 2만원인데, 100여석에 불과한 소극장 규모를 생각하면 관람료로 작품 비용을 충당하기엔 한참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간 전라북도 문화관광재단의 민간 소공연장 지원금을 보태 창작극회와 창작소극장을 운영해왔지만, 지원금 안식년제(3년 지원 후 1년 휴식)가 도입되면서 내년에는 예산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류 연출가는 "극단의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안식년제를 도입했다고 하는데, 사실 순수예술단체가 자생하기는 쉽지 않다"며 "연간 2∼3개 작품을 꾸준히 무대에 올려왔기 때문에 유료 관객이 많은 편인데도 그렇다.
내년에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벌써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걱정을 뒤로 하고 늘 그랬듯 창작극회 단원들은 관객들을 위해 좋은 작품, 섬세한 연기에 몰두하고 있다.
연극의 3요소인 '관객, 배우, 희곡'이 말하듯 관객이 있어야 비로소 연극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류 연출가는 "재밌어서 시작한 연극이지만 자기만족보다는 이 뜨거운 마음을 관객들도 느낄 수 있도록 연기하는 게 우리들의 큰 책무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창작극회의 팬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극인구를 늘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예술이 지속할 수 있다"며 "'연극을 통한 따뜻한 세상 만들기'라는 기치처럼 연극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돌아보며 우리 지역에서 연극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동인시스템·시대 변화에 고민…"꾸준히 이웃 삶에 천착"
[※ 편집자 주 = 척박한 지방의 문화 환경 속에서 63년간 전주시민과 웃고 울며 외길을 걸어온 창작극회가 180회 정기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지역 연극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관객과 소통해온 전북의 유일한 창작극단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를 세 차례에 걸쳐 송고합니다.
] "그동안 창작극회는 우리가 발 디딘 사회의 깊숙한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 지역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고 싶습니다.
"
홍석찬 대표(59)가 전북 전주시 완산구 동문예술거리에 자리한 창작극회 사무실에서 180번째 공연 '제로 쉴드 제로'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홍 대표는 지난해 창작극회 대표로 취임했다.
대학 전공을 살려 35년 전 독문학을 번역해 무대로 올리다가 자신도 배우가 됐다.
그리고 그 오랜 길이 모여 창작극회 대표 자리로 이끌었다.
대학교를 갓 졸업하던 즈음 그는 '무대=공적인 자리'라고 생각했다.
홍 대표는 "관객들 앞에서 읊조리는 대사가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향한 발언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대사들이 누군가에게 울림을 줄 수 있겠구나 싶어서 꾸준히 연기를 하게 됐고, 지금도 그런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961년 2월 창립된 창작극회가 63년이 흐른 지금까지 무대에 올린 작품은 180편. 전북은 물론 전국으로 눈을 돌려봐도 손에 꼽힐 만큼 길고 풍부한 역사다.
홍 대표는 수많은 작품 중 인상적인 작품으로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맞아 무대에 올린 '서울로 가는 전봉준'과 연극과 음악을 결합한 악극 '이수일과 심순애'를 꼽았다.
홍 대표는 "악극은 청소년에게는 신기함을, 장년층에게는 재미를, 노년층에게는 추억을 줄 수 있다"며 "가족들이 모두 볼 수 있어서인지 '이수일과 심순애'의 반응이 참 좋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층을 넓히기 위해 많이 고민한다"며 "로맨스를 중심에 둔 극단도 있겠지만 창작극회는 우리 지역과 소수자를 아우르며 다양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창작소극장을 운영하는 류가연 연출가(42)도 홍 대표와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3년 전 세상을 떠난 류영규 선생의 딸이다.
류영규 선생 역시 연출가와 배우, 창작극회 대표까지 그야말로 '1인 3역'을 마다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창작극회에 발을 디뎠다.
그렇게 창작극회에서 연출가와 배우를 겸하다가 창작소극장과 극단을 분리해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2년 전부터 창작소극장 운영도 맡고 있다.
류 연출가는 "무대에서 우리가 사는 이야기가 펼쳐지면 마치 거울을 보듯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며 "콜센터 직원을 주인공으로 한 '전화벨이 울린다'나 요양원에 아버지를 보내기 전날 가족의 관계를 되짚는 '시계가 머물던 자리'처럼 우리 삶을 현실적으로 담아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환갑을 훌쩍 넘은 창작극회의 긴 역사는 자부심 그 자체지만, 단원들의 어깨를 짓누를 때도 있다.
특히 창작극회 단원들을 결집하는 '동인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그 가운데 하나다.
동인 시스템이란 간단하게 말해 단원들이 한 식구처럼 공동체로 일하는 시스템이다.
제작과 기획·배우가 나뉜 기획시스템보다 새로운 작품을 빠르게 발굴하기가 어렵다.
"30년 전 처음으로 창작소극장이 문을 열었을 때 기억이 선명하다"는 홍 대표는 "이런 기억을 모두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창작극회가 긴 시간 이어져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지만 바로 이것 때문에 우리가 새로운 물결에 더디게 대응하고 있지는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고 털어놨다.
극단에 대한 지원이 줄어드는 것도 걱정이다.
창작극회의 관람료는 2만원인데, 100여석에 불과한 소극장 규모를 생각하면 관람료로 작품 비용을 충당하기엔 한참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간 전라북도 문화관광재단의 민간 소공연장 지원금을 보태 창작극회와 창작소극장을 운영해왔지만, 지원금 안식년제(3년 지원 후 1년 휴식)가 도입되면서 내년에는 예산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류 연출가는 "극단의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안식년제를 도입했다고 하는데, 사실 순수예술단체가 자생하기는 쉽지 않다"며 "연간 2∼3개 작품을 꾸준히 무대에 올려왔기 때문에 유료 관객이 많은 편인데도 그렇다.
내년에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벌써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걱정을 뒤로 하고 늘 그랬듯 창작극회 단원들은 관객들을 위해 좋은 작품, 섬세한 연기에 몰두하고 있다.
연극의 3요소인 '관객, 배우, 희곡'이 말하듯 관객이 있어야 비로소 연극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류 연출가는 "재밌어서 시작한 연극이지만 자기만족보다는 이 뜨거운 마음을 관객들도 느낄 수 있도록 연기하는 게 우리들의 큰 책무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창작극회의 팬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극인구를 늘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예술이 지속할 수 있다"며 "'연극을 통한 따뜻한 세상 만들기'라는 기치처럼 연극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돌아보며 우리 지역에서 연극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