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 마음에 드는데, 보증이 안되네"…계약해도 될까?
‘126% 룰’ 이후 전세보증 문턱 높아져
계약 전 등기부등본 꼼꼼히 확인 필수
가압류 여부, 채권최고액 수준 살펴봐야
세무서 통해 임대인 세금 체납 확인 가능


독립을 위해 자취방을 알아보던 2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마음에 드는 오피스텔을 발견해 가계약 의사를 전달했다. 공인중개사가 해당 물건의 등기부등본을 건네줬지만, 용어가 낯설고 어떤 항목을 살펴봐야 하는지 잘 몰라 낭패를 겪었다.

전세사기 사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A씨처럼 구체적인 예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보증금을 떼이지 않기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 가능한지 미리 확인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등기부등본을 떼서 집주인의 채무 관계를 확인하고, 국세청을 통해 세금 체납 여부도 알아보는 게 좋다.

5000만원까진 최우선 변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란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보증을 선 기관이 대신 돈을 내주는 제도다. 대표적 보증기관으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 세 군데가 있다. 기관마다 상품 특징이 조금씩 다르다. 예컨대 SGI서울보증의 경우 보증료율이 다소 높은 대신 보증금 가입 제한(비아파트는 보증금 10억원까지 가입 가능)이 따로 없다.

HUG와 HF의 상품은 수도권 7억원 이하, 비수도권 5억원 이하라는 보증금 요건이 있다. 보증료율은 HF가 가장 낮은 편이다. 다만 HF는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상이 한정적이다.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상품이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다. 공인중개사를 끼고 체결한 1년 이상 기간의 전세 계약을 맺었으면 아파트와 연립, 다세대, 다가구, 주거용 오피스텔, 노인복지주택 모두 가입할 수 있다.
서울의 한 빌라 밀집지역 모습.  /한경DB
서울의 한 빌라 밀집지역 모습. /한경DB
집을 구하러 다니다 보면 마음에 쏙 드는 매물을 찾았는데, HUG 보증은 불가해 고민에 빠지는 상황을 겪곤 한다. 과거엔 입지나 방 상태,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후임 세입자를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계약을 선택하는 수요자도 적지 않았다. 다만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는 감안해야 한다. 참고로 서울 기준 보증금 1억5000만원 이하 ‘소액 임차인’일 경우 5000만원까지 최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HUG 보증이 안 되는 빌라나 오피스텔 전세 물건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전세사기 예방대책 차원에서 HUG 전세반환금보증 가입 요건을 기존 공시가의 150%에서 126%로 강화한 영향이 크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셋값이 수천만원 내려가게 되는 셈인데, 은퇴 등의 이유로 유동성이 부족한 집주인이 적지 않다”며 “세입자는 보증되는 물건만 찾는데, 임대인은 보증 범위를 벗어난 수준을 받고 싶어 하는 미스매치가 크다”고 전했다.

“임대인 세금 체납 여부 미리 확인”

세입자 입장에서 등기부등본을 통해 집주인의 채무 상황을 파악해보는 절차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등기부등본은 크게 표제부와 갑구, 을구로 구분된다. 표제부엔 해당 부동산의 전반적인 현황이 적혀 있다. 본인이 이사 가려는 집과 표제부에 적혀 있는 물건의 주소와 동호수가 일치하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주거 용도로 계약했는데, 표제부에 혹시 근린생활시설 등 비주거시설로 표기돼있지 않은지도 체크해야 할 대목이다.
"방은 마음에 드는데, 보증이 안되네"…계약해도 될까?
소유권이 명시된 갑구에서는 가압류나 압류, 가등기, 임차권등기 명령 등의 문구가 적혀 있으면 ‘위험한 물건’일 가능성이 높다. 을구에선 집주인의 채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을구가 깨끗하다면 집주인이 해당 물건을 담보로 대출받은 게 없다는 뜻이다. 만약 담보대출을 일으켰다면 ‘근저당권 설정’이란 명목으로 채권최고액이 표기된다. 채권최고액은 통상 대출금의 120~130% 수준이다.

통상 담보대출 금액과 나의 보증금 등을 합한 금액이 매매가의 70% 이하면 안전하다고 본다. 문제는 빌라의 경우 시세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만약 채권최고액이 높으면 보증금을 줄여보는 게 안전한 길이 될 수 있다. 사실 집주인의 채무 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금 체납 여부일 수 있다. 세금 체납분은 등기부등본에 표시되지 않는데, 문제가 터질 경우 국세 등이 임차보증금보다 우선 변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은 마음에 드는데, 보증이 안되네"…계약해도 될까?
국세청은 이를 위해 미납국세 열람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의 모든 세무서에서 임대인의 동의 없이 미납 세금이 있는지 열람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세금 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인 만큼 복사나 촬영 등은 안 되고 말 그대로 ‘열람’만 가능하다. 자신의 세금 정보가 열람했다는 사실은 임대인에게 통보된다. 다만 보증금이 1000만원 이하인 계약이라면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야 열람이 가능하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