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리조선소/사진=한화그룹
미국 필리조선소/사진=한화그룹
한화오션이 미국 필리조선소를 연내 인수한다. 국내 기업이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는 첫 사례로 미국 방산, 조선사업 진출을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다.

한화그룹은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Philly) 조선소 지분(100%)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21일 밝혔다. 인수에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참여하며 인수금액은 1억달러(약 1380억원)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의 필리조선소 인수는 미국 방산·조선사업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미국 연안무역법(Jones Act)은 자국에서 건조 또는 상당 부분 개조되거나 미국에 해상운송 권한을 등록하고 미국인이 승선한 선박에만 미국 연안 운송권을 부여한다.

1997년 미 해군 필라델피아 국영 조선소 부지에 설립된 필리조선소는 노르웨이 석유·가스·재생에너지 전문기업 아커의 미국 소재 자회사로 미국 존스법에 따라 미국 본토 연안에서 운항하는 상선을 전문적으로 건조하는 업체다. 미국에서 건조된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컨테이너선 등 대형 상선의 약 50%를 공급해오고 있다.

또한 미 교통부 해사청(MARAD)의 대형 다목적 훈련함 건조 등 상선뿐만 아니라 해양풍력설치선, 관공선 등 다양한 분야의 선박 건조 실적도 보유하고 있고, 해군 수송함의 수리·개조 사업도 핵심 사업 영역 중 하나다.

한화시스템은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 개발에 있어 공조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선 및 함정 시스템 관련 스마트십 솔루션인 ECS(통합제어장치)·IAS(선박 자동제어 시스템) 등 최고 수준의 해양시스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선 라인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상선에서 무인수상정·함정 등 특수선 시장까지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필리조선소가 보유한 미국 내 최대 규모 도크는 향후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의 미국 함정시장 진입 시 함정 건조 및 MRO 수행을 위한 효과적 사업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 함정시장은 해군 함대 소요 대비 공급 부족으로 건조 설비 증설 수요가 큰 상황이다.

한화오션 측은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보에 따른 상선·방산 분야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예정"이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확보된 해외 생산 거점에 당사의 상선 및 함정 건조 역량을 결합하여, 매출 다각화와 미국 시장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시스템은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필리 조선소 인수를 통해 글로벌 선박 및 방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며 "중동·동남아·유럽을 넘어 미국 시장까지 수출 영토를 확장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기대했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필리조선소는 해군·해경 등 미 정부기관의 발주를 받아 건조할 자격이 있다"며 "필라델피아 해군기지 바로 옆에 위치한 점을 고려하면 향후 미 해군 MRO 사업 진출 가능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 본토 소재의 조선소를 교두보로 확보한 것은 태평양 7함대뿐 아니라 전체 미 해군의 함대 (건조, MRO 사업)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군함 전투체계 및 레이더 등을 공급하는 한화시스템의 공동 인수 참여는 단순 지원선 및 비핵심 전투체계뿐만 아니라 전투함 및 핵심 전투체계의 MRO 사업까지도 넘볼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 준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