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나마 슬픔 덜도록'…순직 경찰관 유가족 지원 강화 추세

'화재 조사 중 순직' 박찬준 경위 유족, 위험직무순직 인정·모금으로 지원 확대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가 순직한 국가유공자들의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일각에서는 남은 유가족을 위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화재 조사 중 순직한 경기 부천원미경찰서 박찬준 경위의 경우 경찰이 위험직무순직을 신청해 인정받은 데 더해 자체적인 모금 캠페인을 통해 관련 지원이 강화되면서 유가족이 여러 가지 도움을 받고 있다.

21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순직 경찰관 유가족에 대한 지원 체계는 크게 위험 직무순직과 일반 순직으로 나뉜다.

인사혁신처에서 인정하는 위험직무순직은 공무원이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 재해를 입어 사망하게 될 경우를 뜻한다.

위험직무순직으로 인정되면 일반 순직보다 많은 유족연금과 유족보상금을 받을 수 있고, 국가유공자 등록을 통한 보훈연금 수령도 가능해져 유가족들의 경제적 자립을 도울 수 있다.

지난해 10월 3일 박 경위가 부천 원미산 정자 화재 현장을 조사하던 중 추락 사고로 순직한 사고와 관련, 경기남부청은 같은 해 11월 위험직무순직을 신청해 최종적으로 인정받았다.

경기남부청은 당시 35세였던 박 경위가 어두운 새벽에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가 과학수사팀에 상황을 전하려 현장에 남아 있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위험직무순직 인정을 추진했다.

위험직무순직 인정에 따라 박 경위의 유가족에 대해서는 공무원 연금공단, 국가보훈부, 경찰청, 소속 도경과 경찰서, 경찰공제회, 민간장학재단, 일반 보험사 등의 지원이 이뤄진다.

이 가운데 일시적으로 주어지는 '일시금'은 공무원 연금공단(유족보상금·유족연금부가금·퇴직수당·사망조위금), 경찰청(장례지원금·복지카드기금), 경기남부경찰청 및 부천원미경찰서(상조회), 경찰공제회(공제급여·위로금), 민간장학재단(순직위로금) 등에서 지급한다.

여기에 더해 공무원연금공단(유족연금), 국가보훈부 등에서도 매달 재정 지원이 이뤄진다.

특히 국가보훈부의 지원은 미성년 자녀 양육 수당, 배우자 보훈병원 이용 요금 감면, 중·고등학생 학습 보조비 및 대학 등록금 면제, 특정 기업체 및 공무원 취업 시 가점 부여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는 위험직무순직 유공자의 유가족에게만 해당하는 항목이다.

박 경위가 순직할 당시 임신 5개월 상태였던 그의 아내는 지난달 아들을 출산해 양육하고 있어, 향후 관련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지난해 3월부터 진행 중인 '100원의 기적' 캠페인의 기금도 박 경위의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된다.

100원의 기적은 경찰관이 자발적으로 매월 급여에서 100원 또는 1천원을 자동 이체한 금액을 모아 순직 경찰관의 자녀에게 기부하는 캠페인이다.

지원액은 위험직무 순직의 경우 첫째 자녀 100만원, 둘째·셋째 각 50만원씩 최대 200만원이다.

단, 건강상 이유로 치료가 필요한 자녀에게는 치료비를 포함해 최대 300만원을 지급한다.

일반직무 순직은 첫째 자녀 50만원, 둘째·셋째 10만원씩 최대 70만원을 지원한다.

이 밖에 경찰청은 박 경위의 이름을 경찰 충혼탑에 명각하고 매년 순직 기일 위로금을, 연말엔 위문품을 유가족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경찰 직장어린이집 등 시설 이용 자격과 건강검진 혜택도 주어진다.

경찰은 지난해 말 이 같은 내용을 정리한 책자를 제작해 박 경위의 유가족을 대상으로 세부 지원 내용에 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진 바 있다.

책자는 박 경위의 아내와 그의 자녀가 살아가는 동안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 규모를 생애주기별로 정리하고 이에 따른 재정 지원 항목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경기남부청은 지난 6일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박 경위의 유가족을 초청하고 소속 경찰관들과 함께 청사 내에 있는 충혼탑에서 참배를 하기도 했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이달 기준 경기남부청 소속 경찰관의 약 82%가 100원의 기적 캠페인에 참여해, 박 경위를 비롯한 순직 유가족의 미성년 자녀들에게 매월 총 750만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며 "고인의 영예가 영원히 존중받고 유가족들이 한시라도 빨리 슬픔에서 벗어나 일상 회복에 전념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질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