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이시여, 저의 왕자님은 어디 있는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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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보르자크 오페라 <루살카> 中 ‘달의 노래’
![영화 <운디네> 스틸컷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1.37109625.1.jpg)
베를린 탄생 역사에 관한 설명이 운디네의 입으로 통해 나온다. “베를린은 사실 물의 땅이었어요. 어딜 가나 축축했죠. 여기 처음 정착한 사람들은 슬라브인이었답니다. 베를린은 슬라브 말로 '습지의 땅'이라는 뜻이에요.”
![영화 <운디네> 포스터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1.37109628.1.jpg)
위에서 슬라브(Slave)라 했던가? 슬라브하면 클래식 쪽에선 주저 없이 드보르자크(Antonín Dvořák, 1841~1904, 체코)다. 무려 16개의 슬라브 무곡을 토해낸 이가 바로 안토닌 드보르자크. 그의 대표 오페라가 <루살카(Rusalka)>. 물의 요정을 가리키는 체코어이며 60세 때 만년의 작품이다. 여기서 기막히게 아름다운 아리아가 나오는데 ‘달의 노래’ 혹은 ‘달에게 바치는 노래’, ‘Song to the Moon’이다.
“달님이시여, 저의 왕자님은 어디 있는지 알려주세요. 그를 가슴 속 깊이 사랑한다는 걸 전해주세요. 제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는 걸 말해주세요. 그가 깨어있는 모든 순간 나를 꿈꾸게 해주세요. 오, 달님이시여 사라지지 마세요.”
![오페라 <루살카> 포스터](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1.37110134.1.jpg)
최고의 명연은 역시 체코 소프라노 루치아 포프(Lucia Popp, 1939~1993, 체코)일 터. 클래식에서 본고장⸱장소성(場所性)을 무시할 순 없다. 브라티슬라바 출신이라 국적이 슬로바키아라고 할 수도 있으나 그녀가 태어날 때는 엄연히 체코공화국이었다. 사실 가계(家系)를 깐깐히 따지면 슬라브⸱모라비아⸱독일⸱루마니아가 섞여 있다. 다양성은 역시 힘이 세다!
![[위] 루치아 포프 / 출처. 독일 위키피디아 [아래] 아리아 '달의 노래'가 수록된 포프의 음반 / 출처. Bugs](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1.37110234.1.jpg)
24세 때 모차르트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눈부시게 소화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래 딴딴하고 기품있는 연주로 루치아 포프라는 멋진 이름을 각인시켰다. 긴 호흡을 바탕으로 풍성한 저음과 극고음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내공의 소프라노다. 원래 배우 출신이라 금발에 푸른 눈으로 매혹이 배가된 면도 없지 않다. 그녀는 세 번 결혼했는데 첫째는 독일인 지휘자, 둘째는 영국 출신 음악감독, 셋째는 15살 연하 독일 테너였다. 54세라는 아까운 나이에 몹쓸 뇌종양이 그녀의 육신을 삼켰다. 포프가 가장 사랑한 도시는 뮌헨. 거기서 죽었고, 그래서 그녀 이름을 딴 우회로가 남아있다. 루치아 포프 보겐(Lucia-Popp-Bogen).
![독일 뮌헨의 루치아-포프-우회로 (By Kritzolina) / 이미지 출처. 독일 위키피디아](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1.37109811.1.jpg)
강성곤 음악 칼럼니스트·전 KBS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