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용허가제 대상 아닌데…수도권 중견기업 '뜻밖의 횡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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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인 이상 뿌리 비수도권 중견기업' 대상 외국인 쿼터제
수도권 뿌리업체가 대상으로 선정
"고용부, 원칙대로 제도 운용해야"
수도권 뿌리업체가 대상으로 선정
"고용부, 원칙대로 제도 운용해야"
정부가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대상이 아닌 기업의 외국인 고용을 허가해 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현행법상 외국인을 고용할 수 없는 수도권 중견기업이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미흡한 관리로 뜻밖의 횡재를 누리게 된 것이다. 지난 14일 고용부가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며 해당 사실을 부인한 지 일주일 만이다.
17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00인 이상 규모의 면사업체 일신방직 반월공장은 올초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상으로 지정됐다. 이에 회사는 외국인 20명을 고용했다. 회사 관계자는 “인원 미달로 원래 계획했던 40명을 다 채우지 못한 상황”이라며 “매우 만족하고 있고, 기회가 된다면 외국인 채용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한 기업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 비전문 취업(E-9) 또는 방문취업(H-2) 외국인 인력을 고용하는 제도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상시근로자 300인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에 해당하는 중소기업만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다.
뿌리업계는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적용 범위를 중견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호소해 왔다. 저출생과 고령화의 여파로 인해 회사의 규모와 무관하게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주조·금형·용접 등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이 무너지면 한국의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 반복돼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8월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통해 300인 이상 규모의 비수도권 뿌리 중견기업을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대상으로 예외적으로 포함했다. “지역 균형발전을 저해하고 기업들의 수도권 쏠림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일부 받아들여 기업 소재지에 제한을 뒀다.
문제는 반월공장이 수도권인 경기 안산에 있어 규제 완화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신방직의 본사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다. 인력난으로 인해 불필요한 절차를 감수한 회사를 대상으로 고용부가 사실상 ’역차별’을 조장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다이캐스팅(고압 주조) 전문업체 삼기는 이 혜택을 활용하기 위해 지난 3월 경기 평택에 있는 본사를 충남 서산으로 옮긴 바 있다.
한 뿌리업계 관계자는 “인력 부족으로 외국인을 수혈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마당에 고용부가 원칙대로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 같은 궁여지책을 고심해야 할 정도로 중견기업의 채용 상황은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300인 이상 뿌리 중견기업 87곳을 대상으로 ’뿌리 중견기업 외국인 고용허가제 활용 수요 조사’를 한 결과 지역을 막론하고 공장을 가동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응답은 69%에 달했다. 87곳의 회사들의 56.7%는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기준이 완화되면 추가로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윤 의원실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당 제도가 시행된 이후 혜택을 받은 뿌리 중견기업은 36곳(중복 포함)에 불과했다. 지난해 4회는 2곳, 5회차는 1곳, 올해 1회차는 18곳, 2회차는 15곳이 해당한다.
박양균 중견련 경제정책본부장은 "지방으로 갈수록 사람을 뽑기 쉽지 않아서 본사를 수도권에 두면서 지방 사업장을 운영하는 회사들이 많은데 이러한 규제는 업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뿌리산업만의 문제가 아니고 제조업 전반의 문제인 만큼 외국인 고용 문제를 전체 제조 중견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종환/최형창/곽용희 기자 won0403@hankyung.com
17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00인 이상 규모의 면사업체 일신방직 반월공장은 올초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상으로 지정됐다. 이에 회사는 외국인 20명을 고용했다. 회사 관계자는 “인원 미달로 원래 계획했던 40명을 다 채우지 못한 상황”이라며 “매우 만족하고 있고, 기회가 된다면 외국인 채용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한 기업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 비전문 취업(E-9) 또는 방문취업(H-2) 외국인 인력을 고용하는 제도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상시근로자 300인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에 해당하는 중소기업만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다.
뿌리업계는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적용 범위를 중견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호소해 왔다. 저출생과 고령화의 여파로 인해 회사의 규모와 무관하게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주조·금형·용접 등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이 무너지면 한국의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 반복돼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8월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통해 300인 이상 규모의 비수도권 뿌리 중견기업을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대상으로 예외적으로 포함했다. “지역 균형발전을 저해하고 기업들의 수도권 쏠림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일부 받아들여 기업 소재지에 제한을 뒀다.
문제는 반월공장이 수도권인 경기 안산에 있어 규제 완화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신방직의 본사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다. 인력난으로 인해 불필요한 절차를 감수한 회사를 대상으로 고용부가 사실상 ’역차별’을 조장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다이캐스팅(고압 주조) 전문업체 삼기는 이 혜택을 활용하기 위해 지난 3월 경기 평택에 있는 본사를 충남 서산으로 옮긴 바 있다.
한 뿌리업계 관계자는 “인력 부족으로 외국인을 수혈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마당에 고용부가 원칙대로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 같은 궁여지책을 고심해야 할 정도로 중견기업의 채용 상황은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300인 이상 뿌리 중견기업 87곳을 대상으로 ’뿌리 중견기업 외국인 고용허가제 활용 수요 조사’를 한 결과 지역을 막론하고 공장을 가동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응답은 69%에 달했다. 87곳의 회사들의 56.7%는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기준이 완화되면 추가로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윤 의원실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당 제도가 시행된 이후 혜택을 받은 뿌리 중견기업은 36곳(중복 포함)에 불과했다. 지난해 4회는 2곳, 5회차는 1곳, 올해 1회차는 18곳, 2회차는 15곳이 해당한다.
박양균 중견련 경제정책본부장은 "지방으로 갈수록 사람을 뽑기 쉽지 않아서 본사를 수도권에 두면서 지방 사업장을 운영하는 회사들이 많은데 이러한 규제는 업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뿌리산업만의 문제가 아니고 제조업 전반의 문제인 만큼 외국인 고용 문제를 전체 제조 중견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종환/최형창/곽용희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