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한국 찾은 '메트 오케스트라'…만족감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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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일 MET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악단 역사상 첫 아시아 투어' 주목
스타 지휘자 야닉 네제세갱부터
화려한 성악가 라인업까지 '눈길'
첫 날 공연 오프닝 살짝 불안했지만
생생한 표현, 긴밀한 호흡으로 관객 매료
둘째 날, 다소 불안한 연주로 아쉬움 남겨
관악 실수 빈번…응집력 폭발력 떨어져
'악단 역사상 첫 아시아 투어' 주목
스타 지휘자 야닉 네제세갱부터
화려한 성악가 라인업까지 '눈길'
첫 날 공연 오프닝 살짝 불안했지만
생생한 표현, 긴밀한 호흡으로 관객 매료
둘째 날, 다소 불안한 연주로 아쉬움 남겨
관악 실수 빈번…응집력 폭발력 떨어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이하 ‘MET 오케스트라’)가 지난 6월 19일과 20일 서울 잠실의 롯데콘서트홀에서 최초 내한공연을 가졌다. MET 오케스트라는 미국을 대표하는 오페라단(극장)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MET’)의 산하단체로 1883년 창단되었다. 이들의 기본적 임무는 오페라 공연을 지원하는 것이지만, 한편으론 창단 초기부터 독자적인 콘서트 활동도 지속해왔다. MET가 세계 최정상의 오페라하우스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만큼 MET 오케스트라도 탄탄한 실력을 보유한 악단으로 명성이 높기에 이번 공연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그 각오와 기대는 어느 정도의 성취와 만족으로 이어졌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째 날과 둘째 날 사이에는 공연 완성도의 관점에서 상당한 편차가 존재했다. 아마 첫 날 공연을 본 관객들은 큰 만족감을 느꼈을 것이고, 다음날 관객들은 만족감과 실망감의 교차 속에서 티켓 가격을 떠올리며 씁쓸한 입맛을 다시기도 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이번 두 차례 공연이 그들의 ‘최초 아시아 투어’의 첫 순서였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다. 첫 날 공연의 문을 열었던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은 일정 부분 단원들의 긴장감을 내비친 연주였다. 전반적인 연주의 흐름은 나쁘지 않았으나 군데군데 자잘한 실수나 순간적으로 흐트러진 앙상블의 노출이 있었다. 하지만 그랬기에 네제세갱의 노련한 리드가 더욱 빛나기도 했다. 그는 시종 침착한 템포로 단원들을 배려하며 연주에 안정감을 확보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악곡에 담긴 풍경과 정서, 폭풍우 치는 바다의 모습과 비극적 주인공의 격정 등을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특히 극중 여주인공이 노래하는 ‘젠타의 동기’를 매우 세심한 손길로 공들여 부각하고 그것을 ‘구원의 여성상’을 암시하는 피날레로 설득력 있게 연결시키는 해석이 돋보였다. 조금 불안했지만 멋진 오프닝이었다.
다음 곡, 드뷔시의 오페라에 기초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에서 악단은 한결 자연스러워진 연주를 들려주었고, 지휘자는 자신만의 해석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 보였다. 네제세갱 특유의 감각적이고 정력적인 비팅은 정적인 기운과 몽환적인 색채가 두드러지는 ‘인상주의 음악’조차 사뭇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들리도록 만들었다. 그의 지휘봉 아래에서 작품 특유의 섬세한 음결과 아련한 색조는 조금 더 높은 선예도와 뚜렷한 채도로 살아났고, 골로가 멜리장드(아내)를 추궁하는 장면과 골로가 펠레아스(동생)를 죽이는 장면 등은 매우 역동적으로 부각되었다. 얼마간 과장되었다고 여겨질 소지도 있는 해석과 연주였으나, 그렇다고 해서 작품 고유의 내향적 정서와 차분한 몰입도를 놓치거나 간과한 것은 아니었기에 역시 설득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두 가수, 현존 최고의 메조소프라노 중 한 명인 가랑차와 MET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베이스바리톤인 반 혼의 존재감이 엄청났다. 등장만으로 무대를 압도하는 비주얼에 드넓은 롯데콘서트홀 공간을 넉넉히 채우는 풍부한 성량, 그리고 명성에 걸맞은 출중한 가창력과 연기력까지! 두 가수는 낯선 언어로 노래되는 고난도 오페라의 장벽을 순식간에 허물고, 그 드라마에 담긴 긴장과 갈등, 환상과 고독을 더없이 첨예하고도 사실감 넘치게 전달하여 관객들을 흠뻑 매료시켰다. 아울러 일곱 개의 문이 하나씩 열릴 때마다 달라지는 광경과 분위기, 등장인물들 내면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묘파해낸 관현악도 몰입도를 배가했다. 네제세갱의 영민한 지휘봉과 수준 높은 기량을 지닌 단원들의 긴밀한 호흡은 이 작품에서 최고조에 도달했다. 둘째 날의 주인공은 1부에서 모차르트의 콘서트 아리아 두 곡을 노래한 소프라노 오로페사였다. 비록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던 듯 최고음역에서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 점은 옥에 티였으나, (모차르트 오페라 속 주인공들인) 일리아나 수잔나, 도라벨라 등의 배역에 안성맞춤일 그녀의 청아하고 낭랑한 음성과 상쾌하고 감칠맛 나는 가창, 그리고 사랑스러운 매너는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반면에 2부 프로그램이었던 말러의 ‘교향곡 제5번’은 적잖이 아쉬운 연주였다. 지휘자는 특유의 감각적이고 탄력적인 해석과 적극적인 제스처로 악곡의 변화무쌍한 정서와 드라마적 흐름, 대위법적 텍스처를 입체감 있게 구현하려 했던 듯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부 관악 주자들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트럼펫 솔로의 실수가 빈번했고 3악장의 주인공인 호른 솔로도 다소 흔들렸다. 또 전반적으로 총주의 응집력과 폭발력이 떨어진 점도 아쉬웠다. 다만 네제세갱의 빼어난 프레이징 감각과 현악의 기품 어린 음색이 성공적으로 어우러진 ‘아다지에토’는 각별한 아름다움과 진정성이 돋보인 괄목할 만한 명연이었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최초 아시아투어 첫 공연
더구나 이번 내한공연은 MET 오케스트라가 악단 역사상 최초로 감행하는 ‘아시아 투어’의 일환이었다. 따라서 이번 공연에 임하는 악단원들의 각오도 남다를 수밖에 없었을 텐데, 그런 각오는 양일간에 걸친 프로그램 및 출연진 라인업에 이미 잘 드러나 있었다. 바그너, 드뷔시, 버르토크로 구성된 첫째 날 프로그램은 악단의 ‘오페라 오케스트라’로서의 정체성을 가리키고 있었고, 몽고메리, 모차르트, 말러로 구성된 둘째 날 프로그램은 악단의 태도와 역량을 다각도에서 조명하려는 포석으로 보였다. 거기에 엘리나 가랑차, 리제트 오로페사, 크리스티안 반 혼 등 현재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특급 가수들의 가세로 라인업은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해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MET의 음악감독인 스타 지휘자 야닉 네제세갱이 구심점 역할을 했다.그렇다면 그 각오와 기대는 어느 정도의 성취와 만족으로 이어졌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째 날과 둘째 날 사이에는 공연 완성도의 관점에서 상당한 편차가 존재했다. 아마 첫 날 공연을 본 관객들은 큰 만족감을 느꼈을 것이고, 다음날 관객들은 만족감과 실망감의 교차 속에서 티켓 가격을 떠올리며 씁쓸한 입맛을 다시기도 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이번 두 차례 공연이 그들의 ‘최초 아시아 투어’의 첫 순서였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다. 첫 날 공연의 문을 열었던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은 일정 부분 단원들의 긴장감을 내비친 연주였다. 전반적인 연주의 흐름은 나쁘지 않았으나 군데군데 자잘한 실수나 순간적으로 흐트러진 앙상블의 노출이 있었다. 하지만 그랬기에 네제세갱의 노련한 리드가 더욱 빛나기도 했다. 그는 시종 침착한 템포로 단원들을 배려하며 연주에 안정감을 확보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악곡에 담긴 풍경과 정서, 폭풍우 치는 바다의 모습과 비극적 주인공의 격정 등을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특히 극중 여주인공이 노래하는 ‘젠타의 동기’를 매우 세심한 손길로 공들여 부각하고 그것을 ‘구원의 여성상’을 암시하는 피날레로 설득력 있게 연결시키는 해석이 돋보였다. 조금 불안했지만 멋진 오프닝이었다.
다음 곡, 드뷔시의 오페라에 기초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에서 악단은 한결 자연스러워진 연주를 들려주었고, 지휘자는 자신만의 해석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 보였다. 네제세갱 특유의 감각적이고 정력적인 비팅은 정적인 기운과 몽환적인 색채가 두드러지는 ‘인상주의 음악’조차 사뭇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들리도록 만들었다. 그의 지휘봉 아래에서 작품 특유의 섬세한 음결과 아련한 색조는 조금 더 높은 선예도와 뚜렷한 채도로 살아났고, 골로가 멜리장드(아내)를 추궁하는 장면과 골로가 펠레아스(동생)를 죽이는 장면 등은 매우 역동적으로 부각되었다. 얼마간 과장되었다고 여겨질 소지도 있는 해석과 연주였으나, 그렇다고 해서 작품 고유의 내향적 정서와 차분한 몰입도를 놓치거나 간과한 것은 아니었기에 역시 설득력이 있었다.
아쉬웠던 말러 교향곡 5번
2부에서 연주된 버르토크의 오페라 ‘푸른 수염의 성’ 전곡은 이번 내한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일단 모더니즘 오페라의 걸작으로 손꼽히지만 헝가리어로 진행되는 단막 오페라라는 특성 때문에 일반 오페라 애호가들 사이에서의 인지도는 그리 높다고 할 수 없는 이 작품이 이번 투어의 레퍼토리로 낙점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 등장인물이 단 두 명으로 적어서 상연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점과 노래 못지않게 관현악의 비중이 커서 악단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올해가 작품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초연된 지 50주년이라는 사실 등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여하튼 탁월한 선택이었다. 지휘자와 악단의 물오른 기량과 더불어 MET의 자랑인 스타 가수들의 역량까지 유감없이 펼쳐 보였으니 말이다.무엇보다 두 가수, 현존 최고의 메조소프라노 중 한 명인 가랑차와 MET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베이스바리톤인 반 혼의 존재감이 엄청났다. 등장만으로 무대를 압도하는 비주얼에 드넓은 롯데콘서트홀 공간을 넉넉히 채우는 풍부한 성량, 그리고 명성에 걸맞은 출중한 가창력과 연기력까지! 두 가수는 낯선 언어로 노래되는 고난도 오페라의 장벽을 순식간에 허물고, 그 드라마에 담긴 긴장과 갈등, 환상과 고독을 더없이 첨예하고도 사실감 넘치게 전달하여 관객들을 흠뻑 매료시켰다. 아울러 일곱 개의 문이 하나씩 열릴 때마다 달라지는 광경과 분위기, 등장인물들 내면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묘파해낸 관현악도 몰입도를 배가했다. 네제세갱의 영민한 지휘봉과 수준 높은 기량을 지닌 단원들의 긴밀한 호흡은 이 작품에서 최고조에 도달했다. 둘째 날의 주인공은 1부에서 모차르트의 콘서트 아리아 두 곡을 노래한 소프라노 오로페사였다. 비록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던 듯 최고음역에서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 점은 옥에 티였으나, (모차르트 오페라 속 주인공들인) 일리아나 수잔나, 도라벨라 등의 배역에 안성맞춤일 그녀의 청아하고 낭랑한 음성과 상쾌하고 감칠맛 나는 가창, 그리고 사랑스러운 매너는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반면에 2부 프로그램이었던 말러의 ‘교향곡 제5번’은 적잖이 아쉬운 연주였다. 지휘자는 특유의 감각적이고 탄력적인 해석과 적극적인 제스처로 악곡의 변화무쌍한 정서와 드라마적 흐름, 대위법적 텍스처를 입체감 있게 구현하려 했던 듯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부 관악 주자들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트럼펫 솔로의 실수가 빈번했고 3악장의 주인공인 호른 솔로도 다소 흔들렸다. 또 전반적으로 총주의 응집력과 폭발력이 떨어진 점도 아쉬웠다. 다만 네제세갱의 빼어난 프레이징 감각과 현악의 기품 어린 음색이 성공적으로 어우러진 ‘아다지에토’는 각별한 아름다움과 진정성이 돋보인 괄목할 만한 명연이었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