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여간 언론사 전방위 수사…추가 장기화 등 부담 관측
언론 검증기능 위축 우려도…검찰 "악의적 의도에 책임 묻는 것"
'배후' 김만배 구속…막바지 향하는 '尹명예훼손' 수사
이른바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구속되면서 9개월여에 걸친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김씨를 최장 20일간 구속 수사할 수 있는데, 이 기간 내에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다른 관련자들의 기소 여부도 함께 판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은 21일 윤 대통령에 대한 허위 보도 대가로 거액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 김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해 9월 1일 신씨를 압수수색하고, 엿새 뒤 검사 10여명을 투입해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꾸린 지 9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핵심 피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한 것이다.

검찰은 수사팀 구성 당시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유력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하고 유사한 내용의 허위 보도와 관련 고발 등이 이어졌다"며 "신속, 엄정하게 수사해 전모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곧이어 김씨와 신씨의 '허위 인터뷰'를 근거로 윤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장동 브로커 조우형 씨 사건을 봐줬다는 의혹을 대선 사흘 전 보도한 뉴스타파, 그에 앞서 유사한 취지의 의혹을 보도한 JTBC·경향신문·뉴스버스·리포액트 전·현직 기자들을 압수수색했다.

'배후' 김만배 구속…막바지 향하는 '尹명예훼손' 수사
신속히 '여론 조작 의혹'의 전모를 규명하겠다는 검찰의 의지와 달리 수사는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했다.

사건 관련자들이 많고 압수물 포렌식 과정 등에서 이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김씨와 신씨의 '허위 인터뷰 의혹'에서 출발한 수사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언론계에서는 '후보 검증 보도'에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검찰이 직접 수사 개시 대상 범죄가 아닌 명예훼손 혐의를 자의적으로 수사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검찰은 대장동 사건의 은폐라는 목적과 김씨의 배임증재 혐의 등과 관련이 있는 만큼 수사 대상이 맞는다고 반박하며 수사를 이어갔다.

검찰이 보도 과정에 배후 세력이 있는지를 규명하는 데에도 수사력을 집중하면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전 의원 보좌관, 송평수 당시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등 민주당 관계자들이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다만 검찰은 김씨의 구속영장에는 배후 세력을 언급하지 않은 채 김씨가 대장동 개발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금전을 매개로 허위 프레임을 언론을 통해 유포하려 했다고만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영장 청구서에 적시된 사실이 저희가 확인한 사실관계"라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미 수사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추가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부담을 키운다는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의 결탁을 통한 조직적 범죄보다는 김씨가 주도한 프레임 조작 사건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최근 김씨와 돈거래를 한 전직 언론사 간부 등을 잇따라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들에 대한 조사 결과까지 포함해 그간 수사해 온 관련자들에 대한 처분 방향 등을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김씨와의 돈거래 상대방을 제외하면, 보도와 관련된 사건에 적용되는 주요 혐의는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명예훼손은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가해자를 기소·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다만 검찰은 기소 전 검찰이 먼저 윤 대통령의 의사를 확인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피의자들이 '합의'를 해오기 전에 수사기관이 먼저 피해자의 의사를 물어보지는 않는 통상적인 사례에 맞춰 수사한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현재까지 검찰에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허위라는 것을 알면서 악의적으로 특정 의도를 갖고 유포해 선거 제도를 훼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묻되 사실 확인이 부족하다든가 취재의 급박성으로 잘못된 기사가 나간 것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 기조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