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영웅 콘서트 /사진=물고기뮤직 제공
가수 임영웅 콘서트 /사진=물고기뮤직 제공
"제가 호남평야를 샀다는 소리가 있다고요? 금시초문입니다. 생각해 봤는데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영웅시대(공식 팬덤명)가 워낙 많잖아요. 모이면 사고가 날 수 있어요.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간절히 바라면 언젠가 이뤄지지 않겠습니까. 다음 콘서트는 진짜 어떻게 할지 큰일 났습니다."

가수 임영웅은 이틀간 10만명을 동원했던 지난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의 콘서트 예매가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이었다는 팬의 호소에 이같이 말했다.

현재 서울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스타디움'임에도 "티켓이 없어서 못 갔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임영웅을 향해 "호남평야에서 공연해달라"는 '웃픈'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임영웅만의 얘기는 아니다. 올해 들어 대중음악 콘서트는 놀라운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전체 공연의 티켓 판매액은 총 29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2억원가량 높았다. 공연실적(공연 건수, 회차, 티켓예매 수, 티켓 판매액)은 지난 4개월을 포함해 역대 가장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그 가운데 대중음악은 티켓예매 수로나 판매액 기준 모두 가장 큰 성장을 이룬 장르였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공연 건수, 티켓예매 수, 티켓 판매량 모두 증가했다. 공연 건수는 723건으로 10% 증가했고, 티켓예매 수는 약 96만매로 63% 늘었다. 특히 티켓 판매액이 1167억원으로 93.5%나 증가했다. 짧으면 하루, 길어야 나흘간 개최되는 단발성 공연임에도 전체 티켓 판매액의 40%를 차지하며 뮤지컬(42%)의 뒤를 바짝 쫓았다.

대중음악 티켓 판매액 상위 10개 공연은 세븐틴의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콘서트, KSPO DOME(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아이유·엔하이픈 콘서트, 고양·광주에서 개최된 임영웅 콘서트 등이었다.
'2024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사진=비이피씨탄젠트 제공
'2024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사진=비이피씨탄젠트 제공
2분기에도 열기는 계속되고 있다. 세븐틴과 임영웅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대규모 공연을 열고 각각 10만명, 7만명을 동원했다. 인천 송도에서 시작해 청주·울산·창원·천안·원주·전주로 이어지는 나훈아의 은퇴 콘서트는 예매 오픈과 동시에 모든 티켓이 동났다.

'페스티벌 성수기'에 따른 관객 유입도 기대를 모으는 지점이다. 각 주최사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서울재즈페스티벌 2024'는 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2024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에는 9만여명이 몰렸다.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 현장은 7만여명이 찾았다. '위버스콘 페스티벌'의 관객수는 4만명이었다.

페스티벌 인기는 3분기까지 이어진다. 내달 '워터밤 서울 2024', '청춘썸머나잇', 'S2O KOREA', '해브어 나이스 트립 2024', 열리며 8월에도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카스 쿨 페스티벌' 등이 예정돼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콘서트나 페스티벌은 이제 365일 성수기라고 봐도 되는 분위기"라면서 "문제는 공연장 대관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도 스케줄이 꽉 차 대관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임영웅 역시 이 부분에 대해 "다음 콘서트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고 걱정이다. 콘서트장 대관 문제도 있다. 대관하는 게 쉽지 않더라"며 "넓은 평야를 가진 분들은 좀 빌려달라"고 언급한 바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대규모로 이뤄지는 내한 공연도 작년 말과 올해 초에는 소규모 개최가 많았다. 공연시설에 대한 한계가 해소된다면 대중음악 시장은 분명 더 커질 테지만 이는 비용·시간 등의 이유로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닌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수요가 폭발하면서 '암표 문제' 또한 더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매크로 암표 처벌' 개정법이 시행됐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이 많다. 개정법은 암표를 상습적으로 판매하거나 알선한 사람을 처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 전문 암표상 외에 각종 SNS를 통해 개인적으로 거래하는 이들도 많을뿐더러 예매·판매·수령 등 역할을 세분화해 따로 움직이는 기업형 조직은 일부가 법망을 피해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주최 측에서 직접 암표 거래를 적발하고 별도로 마련한 기준에 따라 처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미 각종 꼼수가 등장했고,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인식도 여전하다"고 짚었다.

이어 "팬들에게는 암표를 사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것 외에는 별 방도가 없다"면서 "암표가 주최 측만의 숙제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기획사와 정부, 예매처가 함께 고민하고 움직여야 하는 문제다. 팬들의 인식 개선도 필수지만 암표상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현장의 목소리에 따라 기준을 더 촘촘하게 강화해 나가야 한다"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