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0일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 남포동 비프(BIFF) 광장에서 두 팔을 올리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지난 1월 10일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 남포동 비프(BIFF) 광장에서 두 팔을 올리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 중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만 가지고 있는 게 하나 있다. 바로 '팬덤'이다. 규모도 정치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정치 고관여층의 입김이 세게 작용하는 전당대회에서 대형 팬덤은 당내 기반이 취약한 한 전 위원장에게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의 공식 팬덤은 네이버 팬카페인 '위드후니'다. 6월 21일 기준 회원 수는 약 8만3000명이다. 회원 수를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정치권에서 이 대표('재명이네 마을' 약 20만6000명) 다음으로 큰 규모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활동하는 한 전 위원장 지지자 '한동훈줌'까지 합치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위드후니는 한 전 위원장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된 2020년 7월 개설됐다. 2023년 말 한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회원 수는 약 1만명에 불과했다. 지난 4·10 총선 전까지도 약 2만명에 그쳤으나, 총선 이후 회원 수가 폭발적으로 급증했다. 한 전 위원장의 '총선 패배 책임론' 제기에 분노한 지지자들이 이때 결집한 것으로 해석됐다.
국민의힘 책임당원 가입 인증하는 한 전 위원장 지지자들. / 사진=위드후니 캡처
국민의힘 책임당원 가입 인증하는 한 전 위원장 지지자들. / 사진=위드후니 캡처
10만명을 목전에 둔 팬덤은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 당내 기반이 취약한 한 전 위원장에게 천군만마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당대회는 조직표가 좌우한다고 하더라도 이번엔 민심도 20% 반영하는 만큼, 수만 팬덤의 영향력은 작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 전 위원장 지지자들은 카페에 '국민의힘 당원 가입 인증' 게시판을 만들어 인증 릴레이를 벌이고 있다. 당권 경쟁에 80%가 반영되는 책임당원 투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다.

한 전 위원장의 지지자들은 과거 그의 중요한 이벤트 때마다 대중과 언론의 관심도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해오기도 했다. 법무부 장관 취임 100일, 총선 패배 후 비대위원장 사퇴, 전당대회 출마 등 굵직한 행보 때마다 많은 화환을 보내면서다. 최근에는 중학교 3학년생이라고 밝힌 한 전 위원장의 지지자가 선거 캠프 사무실에 "동훈 삼촌 응원해요"라고 적은 화환을 보내 정치 이슈를 빨아들였다. 올해 총선 이후 화제를 모았던 소위 '목격담 정치' 역시 한 전 위원장 지지자들의 결과물이었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 마련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선거 캠프 앞에 울산 중3 학생이 보낸 응원 화환이 놓여 있다. / 사진=뉴스1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 마련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선거 캠프 앞에 울산 중3 학생이 보낸 응원 화환이 놓여 있다. / 사진=뉴스1
한 전 위원장의 팬덤은 ▲비속어·비하 표현·욕설·반말 금지 ▲문자 폭탄·개인 신상털이 금지 ▲각자의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고 내 생각을 강요하지 않기 ▲공인의 이름을 별명이나 멸칭으로 부르지 않기 등 수칙도 세워 활동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강성 정치 팬덤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큰 데 대한 조치로 보인다. 일부는 이런 수칙에 "개딸(이 대표 팬덤)들과는 다르다", "우리는 품격 있게 가자" 등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저서 '73년생 한동훈'에서 "팬덤에 기대는 정치가 정치의 전부는 아니지만, 현대 정치, 미디어 정치에서 팬덤은 정치적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이 됐음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점차 정치적 고관여층이 줄어드는 현실 정치 환경에서 팬덤의 영향력은 오히려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전 위원장 팬덤은 단순히 한 전 위원장만의 것으로만 볼 게 아니라, 보수 진영의 자산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한편, 한 전 위원장은 오는 23일 오후 2시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다. 장소를 국회로 선택한 건 경쟁 진영에서 지적하는 '원외 대표 한계론'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도다. 한 전 위원장은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윤상현 의원과 4파전을 벌이게 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