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KT가 기업 간 거래(B2B) 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춘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1년에 한 번 연말에 이뤄지던 조직 개편 틀을 깬 조치다. 업계에서는 김영섭 KT 대표(사진)가 ‘칼’을 빼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선통신 가입자가 정체된 가운데 수익성까지 제자리걸음을 하자 ‘여름 조직 개편’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다.

○이익 포트폴리오 새로 짠다

KT, 내달 깜짝 조직개편…"비통신 강화"
21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다음달 일부 사업본부를 통합하고 재편하는 조직 개편에 나선다. 매년 11월께 실시하던 정기 조직 개편과 성격이 다르다. 김 대표는 사업성이 낮은 조직을 통폐합하고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을 전진 배치하는 그림을 구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 키워드는 B2B다. 그중에서도 인공지능(AI)과 미디어 관련 사업에 방점이 찍혔다. 김 대표는 지난 4월 회사 3대 핵심 사업으로 통신·AI·미디어를 점찍었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은 주력 사업인 통신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나머지는 곁다리 정도였다”며 “AI, 미디어 분야 조직을 키워 균형을 맞추고 더 건강한 체질을 만들자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KT 내 AI 조직으로는 AI연구소, AI2X랩, AI테크랩 등이 있다. 이번 조직 개편에선 각 조직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조직을 정비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이달 초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AI·클라우드 분야에서 협력 파트너십을 맺은 것까지 감안해 조직을 재정비할 예정이다.

미디어는 기존 커스터머 부문 밑에 있던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를 미디어 사업 총괄 조직으로 확대 재편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스카이라이프, 스튜디오지니, 밀리의서재, 스토리위즈 등 미디어 계열 자회사와 협력해 B2B 성과를 극대화하는 게 목적이다.

KT는 오는 27일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조직 개편 방향을 공유할 방침이다. 이번 조직 개편 때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까지 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 중심 조직은 한계”

KT, 내달 깜짝 조직개편…"비통신 강화"
KT 경영진은 조직 개편을 결정하기까지 많이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에 치우쳐 있던 기존 조직에 한계가 보이자 더는 늦춰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1분기 이 회사 무선통신 가입자는 2484만4000명으로 지난해부터 줄곧 2400만 명대에 정체돼 있다. 이 와중에 전화, 인터넷TV(IPTV) 등 유선통신 가입자는 1년 전보다 줄었다. 1년 새 유선전화 가입자는 1244만5000명에서 1190만3000명으로, IPTV 가입자는 945만1000명에서 941만8000명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계속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이 회사 영업이익률은 올해 1분기 7.61%다. 작년에는 1분기 7.54%로 시작해 2분기 8.80%까지 올랐다가 3분기 4.81%, 4분기 6.25%로 크게 출렁였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