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경영의 신'을 추모하려는 출판사의 집념이 만들어 낸 책
일본에는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세 사람이 있다.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자동차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 그리고 교세라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다. 이들은 독특한 경영 철학과 조직 운영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 기업을 탄생시켰다. 특히 이나모리 회장은 작은 조직의 생존 법칙인 ‘아메바 경영’을 설파해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살아 있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던 이나모리 가즈오가 2022년 향년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일본 경영계는 다양한 방식으로 그를 추모하느라 분주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출판사 다이아몬드사는 이나모리의 경영 철학을 집대성해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하려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경영의 신'을 추모하려는 출판사의 집념이 만들어 낸 책
작년 말 일본에서 출간되자마자 1만 부 넘게 팔린 화제의 책 <경영, 이나모리 가즈오 원점을 말하다(, 盛和夫 原点を語る)>는 다이아몬드사가 야심 차게 추진한 이나모리 회장 추모 프로젝트다. 2015년 2월 이나모리 회장 생전에 처음 기획된 이 프로젝트는 그의 죽음으로 잠시 난관을 맞았지만, 출판사 편집자들은 이나모리 회장의 경영 철학을 정리해 세상에 선보이는 것을 일종의 사명처럼 여겼다. 어떻게 해서든 그의 유지를 받들어 출판사로서 책임을 다해야겠다는 집념으로 책을 만들었다.

책에는 이나모리 회장이 생전 중요하게 생각한 경영 철학과 생존 전략의 정수가 담겨 있다.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그가 남긴 말과 글에서 핵심을 뽑아냈다. 700쪽 넘는 방대한 분량에도 일본의 경영자들은 지금 책을 탐독하며 ‘이나모리 경영’을 배우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 기업 교세라와 KDDI를 창업하고 일본항공(JAL)의 구원투수로 등장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경영자로서 이나모리 회장 앞에 놓인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1970년대 오일 쇼크를 시작으로, 1990년대 버블 붕괴 그리고 2000년대 리먼 쇼크에 이르기까지 그가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세계 경제는 늘 휘청거렸고, 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도전의 연속이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경영의 본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고백한다.

“저는 경영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 배우거나 학교 선생님들에게 배운 것들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결국, 경영의 모든 어려움은 ‘인간이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와 덕목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이나모리 회장은 경영의 원점이 결국 ‘인간의 도리를 지키며 사는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경영의 신'을 추모하려는 출판사의 집념이 만들어 낸 책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고, 세계 경제 상황 역시 엄청난 변화 가운데 있다. 하지만 이나모리 회장은 “경제는 변해도 경영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경영은 변화에 쉽게 부화뇌동하지 않는 철학이면서 신념이기 때문이다. 경영을 어떤 전략이나 방법으로만 접근하면, 주변 상황이 변화하는 것에 따라 조직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뿌리 깊은 나무처럼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경영 철학과 신념이 있는가? ‘변화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는 가르침이 마음속 깊이 남는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