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폭주·협박 외교로 치닫고 있다. 북한에 이어 도착한 베트남에서 그는 “한국이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낸다면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협박했다. ‘자동군사 개입’으로 해석되는 상호방위군사조약 체결에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한 도발적 반응이다.

한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상대국을 직접 위협한 것은 김정은 정도를 빼면 찾아보기 어렵다. ‘조약상 북한이 공격받을 때만 군사 지원을 하기 때문에 침공 계획이 없는 한국과 무관하다’는 게 푸틴의 속 보이는 변명이다. 북한의 공격에 대한 징후가 분명해질 때 전개될 작계 차원의 선제타격, 비무장지대(DMZ)에서의 작은 충돌 등을 침공으로 간주할 요량일 것이다. 북한 내부에 정변 발생 시 유엔사의 불가피한 북한 진입이 이뤄질 때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로부터 비난받고 있는 푸틴의 행보는 독재자의 언행에 대한 경각심을 새삼 일깨워준다. 얼마 전 푸틴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하지 않은 한국에 감사한다”며 관계 회복 준비가 돼 있다고 추파를 던졌다. 알고 보니 역시나 기만전술이었다. 우크라이나 기습 침공 불과 수일 전에도 푸틴은 서방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언론 플레이를 펼친 바 있다.

국내 좌파들은 한·미·일 결속이 러·북 밀착을 불렀다고 공격하지만 원인과 결과를 뒤섞는 무책임한 시각이다. 느닷없이 우크라이나에 쳐들어가 국제질서를 무시해가며 신냉전 조성에 올인하는 러시아의 패권 야욕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그는 평양 방문에서도 대북 제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리무진을 선물하고 금지된 여러 분야의 협력을 약속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번에도 독재자보다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검토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행태”라며 강한 태클을 걸었다. “한국 영토 점령·평정은 국시”라고 공언한 김정은과 그를 편든 푸틴을 역성드는 모양새다. 순진해서인가, 무지해서인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어서인가. 상식과 대화가 안 통하는 굴종적 태도에 국민들의 불안과 실망감이 커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