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만개 추정…업주들 "소액인데다 곧바로 해결안돼 손해 감수"
쉬운 개업에 무인점포 '우후죽순'…절도 등 범죄에 무방비
아이스크림·문구점 등으로 시작한 무인점포가 카페·디저트·반찬 등을 거쳐 스터디카페·체육시설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장하면서 관련 범죄도 덩달아 늘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국 무인점포 개수는 전국에 10만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업자등록만 하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 없이 곧바로 개업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점포 수는 알기 어렵다.

다만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무인점포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아파트 단지 등 배후상권이 있는 상가라면 무인
점포 찾기는 어렵지 않다.

한 상가에 복수의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이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업종도 다양하다.

초기엔 아이스크림, 과자, 라면 등 먹거리 위주의 점포가 대부분이었으나 이후 사진관이나 키즈카페, 파티룸 등 무인 공간대여 사업으로도 확장했다.

최근엔 헬스장과 테니스장, 스크린골프 등 실내 스포츠 사업에도 무인 시스템이 진출해 있다.

무인점포는 인건비를 거의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 덕분에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관리자가 현장에 없다 보니 절도나 재물 손괴, 쓰레기 무단 투기 등 범죄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경기 남부지역의 무인점포 절도 사건 발생 건수는 2021년(3월∼12월) 698건에서 2022년(1월∼12월) 1천363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무인점포 수가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범죄 발생 건수도 훨씬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19일 0시 15분께 화성시 남양면의 한 아이스크림 판매점에서는 10대 A씨가 진열된 아이스크림 등 3천500원어치를 훔쳤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같은 달 13일 오후 10시께는 용인시 기흥구의 무인 편의점에서 50대 B씨 등 2명이 3천300원 상당의 진열 물품을 훔쳐 달아나기도 했다.

쉬운 개업에 무인점포 '우후죽순'…절도 등 범죄에 무방비
최근에는 관리 시스템의 발달로 절도나 키오스크 파손 등의 행위가 CCTV에 포착되면 업주에게 곧바로 알려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업주는 이를 확인한 뒤 경비업체 등에 알리거나 매장에 설치된 스피커로 경고 안내방송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속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범법행위를 강행하는 경우에는 사실상 제지할 방법이 없다.

과거엔 CCTV에 찍힌 절도 장면 등을 가게에 붙이거나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는 등의 방법이 자주 쓰였지만, 손님의 얼굴 사진을 공개적으로 붙이는 게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 이후론 이런 방법도 어려워졌다.

경찰 역시 관련 사건이 급격하게 늘면서 치안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용의자를 찾기 위해선 매장 주변 CCTV를 이용한 현장 탐문 수사가 필요한데 무인점포 관련 사건이 비교적 소액 사건인 데다, 긴급을 요구한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수사 착수가 지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점주들은 용의자가 초범이거나 미성년자로 보일 경우 아예 신고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수원에서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C씨는 "매장 입장에선 소액 절도에 대응하기 위해 품을 들이는 것 자체가 더 손해일 수 있고, 곧바로 해결되기도 어렵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그냥 손해를 감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무인점포의 범죄 실태 및 형사정책적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무인점포는 일반 사업체에 비해 범죄 피해 경험률이 매우 높고 반복 피해 역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기술 발전과 소비자 수용도 증가로 무인점포가 계속 늘 것으로 보이는 만큼 범죄 취약성 요인을 추가로 규명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무인점포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절도나 기물파손 등은 '안 걸린다'는 생각이 강할 때 할 수 있는 범죄"라며 "경찰과 점포 운영자 모두 보다 강한 수준의 방범 대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