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년간 해외 도피 생활을 이어온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인 5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점조직으로 이뤄지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인물로 모친의 권유로 도피 중이던 말레이시아에서 한국대사관을 찾아 자수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김모씨(50)를 지난 14일 오전 6시30분께 인천공항에서 인계받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김씨는 2014년부터 약 2년간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인터넷 전화로 “대출해주겠다”며 급전이 필요한 국내 피해자들에게 보이스피싱을 저지른 조직의 총책이다. 고철 판매대금 명목으로 판매업자로부터 돈을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고철 사기’도 함께 벌이는 등 42명에게 총 5억13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2015년 5월 경찰이 국외 도피 사범 국제 공조수사를 요청하면서 인터폴에 적색 수배됐다. 여권 효력이 상실된 뒤에도 필리핀에서 살다가 2017년쯤 말레이시아로 밀입국해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중랑경찰서는 수사 과정에서 범죄에 가담한 김씨의 부인을 비롯한 총 45명을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일당 대부분은 서로를 모르는 점조직 형태로 움직였다. 최근 조직범죄에 이용되는 텔레그램과 같은 익명 SNS 대신 ‘070 인터넷 전화’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을 유혹해 대포통장으로 돈을 빼돌렸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기승을 부리는 점조직 전화금융사기의 원형과도 같은 조직의 인출 총책이 자수한 것”이라며 “민생 범죄인 보이스피싱 조직범죄는 끝까지 추적해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