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배달 수수료를 둘러싼 배달의민족과 음식점주·라이더 간 갈등이 폭발했다. 음식점주와 라이더들이 21일 배민의 높은 수수료와 낮은 배달 운임을 문제 삼아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보이콧에 나서면서다. 일각에선 배달 플랫폼에 대한 점주들의 누적된 불만이 업계 1위인 배민으로 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민, 수수료 높은 요금제로 유도”

"배민 콜 꺼라"…배달앱 수수료 갈등 폭발
음식점주들로 이뤄진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전국 사장님 모임(공사모)’은 이날 24시간 동안 배민 앱에서 ‘배민1플러스’ 주문을 받지 않는 보이콧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공사모는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를 기반으로 구성된 모임이다. 보이콧에 참여한 점주들의 정확한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날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선 배민1플러스 주문을 껐다는 ‘인증샷’이 속속 올라왔다.

이들이 문제 삼은 건 배민이 지난 1월 내놓은 정률형 요금제 ‘배민1플러스’다. 월 8만8000원만 내면 되는 기존 정액형 요금제와 달리 배민1플러스는 주문 한 건당 중개수수료 6.8%를 내야 한다. 여기에 점주가 부담하는 배달비(건당 2500~3300원)와 결제 수수료(1.5~3%) 등을 더하면 소비자가 2만원어치를 주문할 경우 점주는 약 5400원을 배민에 내야 한다. 수수료가 만만치 않지만, 그렇다고 배민1플러스를 안 쓰기도 어렵다. 이 요금제에 가입해야만 소비자에게 ‘무료배달’이라고 뜨고, 리스트 상단에 올라갈 수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점주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배민이 다음달 1일부터 포장 수수료(6.8%)까지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갈등이 격해졌다. 점주들은 배달이 필요하지 않은 포장까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발하고 있다. 배달 라이더로 이뤄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도 이날 국회 앞에서 “배민이 최근 B마트 기본 배달료를 3000원에서 2200원으로 낮추고, 거리 할증료를 없애는 등 운임을 줄였다”며 시위를 벌였다.

○무료배달 경쟁에 플랫폼들도 비상

배민의 수수료 제도 변경은 모회사인 독일 음식 배달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DH는 2012년 리퍼헬트(독일), 2016년 헝그리하우스(영국)·예멕세페티(태국), 2019년 배민(한국)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난 뒤 배달 시장이 정체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배민은 지난해 699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DH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떠올랐다. DH는 지난해 배민으로부터 4127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가져갔다. 배민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유료 멤버십 출시도 준비 중이다.

배민은 점주들의 주장이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쿠팡이츠(9.8%), 요기요(12.5%) 등 경쟁사와 비교하면 수수료율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집단행동이 배민뿐 아니라 전체 배달 플랫폼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