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조직의 필수 교육, 무의식적 편견 깨기
오는 7월 선고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형사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쟁점 중 하나는 배심원의 공정성이었다. 배심원 12명이 정치적 성향, 편견을 배제하고 심리해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편견은 개인에게도, 조직에도 뿌리 깊게 스며들어 있다. 인간은 매 순간 1100만 비트의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의식적으로 처리되는 정보는 약 40비트에 불과하며 나머지 99.999%는 무의식이 지배한다.

무의식적 편견(unconscious bias)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튀어나온다. 나이, 성별, 직업, 종교 등 개인적 특성에 대한 무의식적 편견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업무 능력과 상관없이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을 선호하는 편향, 자신의 생각과 반대인 의견을 무시하는 편향 등을 조직 안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특히 채용할 때 무의식적 편견이 작용하면 비슷한 성향의 직원만 늘어나 조직 문화가 획일화하는 문제점도 있다. 조직에서 상대방에 대한 편견 때문에 상호 간 신뢰가 깨지면 팀워크에 큰 상처가 나기 때문에 구글, 메타 등 많은 글로벌 회사는 무의식적 편견을 없애기 위한 직원 교육을 의무화했다.

구성원의 다양성 확보는 협업을 통한 혁신에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이 모여 몰랐던 점,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깨닫고, 공감하고 ‘연결’하는 과정이 바로 혁신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패트릭 버넷 플로리다애틀랜틱대 교수 등의 2019년 논문(Diversity improves performance and outcomes)에 따르면 다양한 리더를 보유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생산에 연결할 확률이 60% 이상, 혁신을 구현할 가능성이 75% 이상 높다고 한다. 또한 직원들이 공정하고 차별 없이 존중받을 때 느끼는 안정감은 강한 소속감으로 이어진다.

성별, 학력, 출신, 지역 등에 대한 구별과 차별을 버리고 다양성을 포용하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문화가 탄생할 수 있다. 월트디즈니는 2022년부터 테마파크에서 직원을 부를 때 성별 구분 없는 호칭(Dear friend)을 채택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함께 일하는 팀 안에서 공통의 목표와 책임감 그리고 성취감을 느낄 것으로 기대된다.

리더는 조직이 고정관념과 편견 없이 모두를 평등하게 대우하고 있는지, 일상에서 무의식적인 언어와 행동이 구성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늘 확인해야 한다. 또 각기 다른 배경에서 성장한 다양한 사람에게 얼마나 조언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구하려고 하는지 스스로 돌이켜봐야 한다. 조직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무의식적 편견을 최대한 배제하는 훈련과 배움에 시간을 할애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