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만에 진료 복귀  >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이 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무기한 집단 휴진에 들어간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투표를 통해 휴진 중단을 결정했다.  /최혁 기자
< 일주일만에 진료 복귀 >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이 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무기한 집단 휴진에 들어간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투표를 통해 휴진 중단을 결정했다. /최혁 기자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서울대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이 중단된다. 환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치면서다. ‘최후의 카드’가 막힌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전략 수정에 나서면서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 투쟁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의대 교수 74% ‘휴진 중단’ 찬성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면 휴진을 중단한다고 21일 발표했다. 한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번주 진료는 조정했기 때문에 이전 진료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은 오는 24일부터”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 서울대강남센터 등의 휴진 방향을 정하기 위해 20~21일 투표를 진행했다. 응답자 948명 중 698명(73.6%)이 휴진 중단에 찬성했다. 이들은 휴진 대신 정책 수립 과정 감시와 비판·대안 제시, 범의료계와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진을 강행하자는 교수는 192명(20.3%)이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휴진 중단 이유는 환자 피해를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에 더 적극적인 사태 해결 노력을 요구한다”고 했다. 정부 정책을 받아들인다는 뜻은 아니라는 취지다.

○환자 피해 없는 장기 휴진 불가능

의료계 안팎에서는 예상했던 수순이란 평가가 나왔다. ‘환자 피해 최소화’란 목표를 내걸고 시작한 휴진이기 때문에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게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휴진 첫날인 17일 서울대병원 외래 진료가 27%가량 줄었지만 이후 회복세를 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더욱이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이 휴진을 불허하면서 환자 예약 변경 업무는 교수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은 1주일 단위로 환자 보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특정 요일에 진료를 빼면 다른 요일에 진료를 임의로 열고 환자 수십 명에게 일일이 의사를 확인해 조정해야 한다”며 “진료 지원 파트 도움 없이 교수들이 이를 1주일 넘게 계속하진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대 증원 절차를 멈춰달라는 의료계 요구를 19일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2025학년도 정원이 추가 조정될 여지는 사라졌다. 휴진 동력이 떨어진 또 다른 요인이다. 교수 휴진이 전공의 복귀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행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악화하는 국민 여론도 부담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다음달 4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1000여 명이 모여 의사 집단 휴진 철회와 재발방지법 제정을 촉구하겠다고 예고했다. 경기 광명에선 한 환자가 18일 집단 휴진에 동참한 동네의원 원장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정부 “형식·의제 구애 없이 대화하자”

첫 휴진에 나섰던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한발 물러나면서 후속 집단행동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다음달 4일부터 1주일 휴진을 하겠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은 25일 총회에서 휴진 여부를 논의한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들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의 휴진 중단 결정이 알려지자 전공의들 사이에선 ‘그럴 줄 알았다’ ‘기대조차 안 했다’는 냉소적 반응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다행스럽고 환영한다”며 “정부는 의료계와 형식, 의제 구애 없이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