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핫 종목 - 두산퓨얼셀


수소 산업은 국내에서 기대와 의심을 동시에 받는 업종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수소 산업 자체에 대한 대중적 불신은 여전히 높다. 진짜 수소 시대가 오긴 하느냐는 의구심이 ESG 투자자마저 관련주 투자를 망설이게 한다.

2020년 수소법이 제정됐지만, 정작 수소 시장은 개화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수소차 시장이 역성장하고 수소 관련 투자가 지연되면서 실망감을 키웠다. 하지만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청정 수소 발전 입찰 시장이 생기고, 현대차에서 수소차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을 내놓는 등 수소 산업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투자자로서는 수소가 다시 정책 수혜주로 주목받을 수 있는 만큼 두산퓨얼셀로 대표되는 수소연료전지에 관심을 가질 시기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다시 떠오르는 수소 산업, 중장기 성장성 높다
수소연료전지가 뭐길래

두산퓨얼셀은 2019년 10월 1일 두산으로부터 인적 분할한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생산업체다. 두산이 2014년 원천기술을 갖춘 미국 연료전지업체 클리어엣지파워(CEP)를 인수하면서 시작된 사업부다. 2019년 10월 1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후 주가는 3배 넘게 올랐다. 수소 관련주 가운데 대표적 주식이지만, 산업에 대한 실망과 기대가 교차하며 주가변동성 또한 높을 수밖에 없었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 수소 발전 기술이다. 두산퓨얼셀은 이 중에서도 액체 인산을 전해질로 이용하는 인산형 연료전지(PAFC)에 특화돼 있다. 연료전지 중 가장 상용화된 기술로, 높은 안정성이 강점이다. 여기에 전기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추가적으로 활용, 에너지 복합 효율이 80~90%에 달한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도 발전용 연료전지로 PAFC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아직까지 주요 고객사는 국내 공공 및 민간 발전사업자다. 연료전지 누적 시장점유율은 국내 1위지만 수소 연료전지 시장이 부진하면서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 2020년부터 4618억원이던 매출은 2023년까지 2609억원으로 4년 연속 역성장했다. 영업이익도 260억원에서 1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2021년경 예상했던 지난해 매출이 1조원임을 감안하면 참패 수준의 실적이다. 수소 연료시장 개화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등의 탓이 크다.
다시 떠오르는 수소 산업, 중장기 성장성 높다
수소가 다시 뜨는 이유

최근 들어 수소를 둘러싼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두산퓨얼셀 주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모양새다. 수소는 최근 현대차그룹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청정 운송수단 박람회에서 수소 상용차를 위한 계획을 내놓으며 다시금 주목받았다. 2025년 넥쏘 후속 모델 출시와 함께 2026년 하이브리드 슈퍼카 생산 계획 등을 내놓으며 수소차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국은 지난 5월 24일 세계 최초로 청정 수소 발전 입찰 시장을 개설한다고 발표했다. 청정 수소 발전 입찰 시장은 청정 수소를 발전 연료로 사용해 생산된 전기를 구매·공급하는 제도다. 정부는 총 7800GWh의 일반·청정 수소 발전 용량을 구매한다는 계획이다. 연간 2조원 규모다. 두산퓨얼셀은 오는 11월 열리는 입찰 시장을 준비 중이다. 12월에는 입찰 결과가 나올 수 있어 투자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글로벌 수소 시장도 다시 꿈틀대고 있다. 지난 5월 말 유럽연합(EU)은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7개 국가, 11개 기업이 포함된 공동 이해관계 프로젝트 ‘Hy2Move’를 승인했다. 수소연료 사용 촉진을 통해 지속가능한 교통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송 부문의 온실가스배출량을 90% 감축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다. 연료전지 기술개발도 포함됐다. 또 6월 3일에는 EU가 일본과 2040년까지 수소 사업 및 기술개발에 관한 협력에 합의했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 사회를 준비하는 흐름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수소 시장에 대한 기대가 다시 커지는 한 축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블룸 에너지, 플러그 파워 등 연료전지 회사들이 AI 관련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AI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필요로 한다.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 공급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함께 연료전지에 대한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탄소배출량 등 ESG적 관점에서 테크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만들 때 수소연료전지 등 친환경에너지 전력망을 갖출 수밖에 없다. 연료전지의 설치 면적이 작다는 것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ESG 투자 관점에서도 수소 산업은 빼놓을 수 없는 투자처다. 특히 두산퓨얼셀은 태생 자체가 친환경 사업이다. 환경 관련 신사업 자체가 본업인 만큼 그동안 실적 변동성이 컸지만, 중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높다는 평가다.



다시 떠오르는 수소 산업, 중장기 성장성 높다

주가 전망은

두산퓨얼셀의 매출이 4년 연속 역성장한 이유는 연료전지시장 수주를 하더라도 착공이 어려웠던 환경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말 수주 잔고가 9453억원으로 2021년 말 대비 2.2배 늘었지만 정작 매출은 같은 기간 32% 줄어든 것이 그 방증이다. 고금리 등으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수주를 받은 프로젝트의 착공이 지연된 탓이다. 주가도 이 영향으로 부진했다. 2021년 초 6만2500원이던 주가가 3년 내내 고꾸라지며 지난해 10월 1만6000원대까지 빠졌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하이창원퓨얼셀(40MW 규모) 등 일부 연료전지 프로젝트가 금융 조달을 마무리하고 착공 단계에 접어들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부터 연료전지 매출 확대가 나타날 것”이라며 “리스크 요인이던 재고 자산 증가와 재무 구조 악화도 3분기부터 완화될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 핵심부품인 전극을 하반기부터 자체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제조원가율이 낮아진 것도 실적에 긍정적인 부분이다.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증권사들도 한없이 낮춰가던 목표 주가를 서서히 올리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목표 주가를 제시한 4개 증권사 중 2곳이 목표가를 올렸다. NH투자증권은 기존 2만40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상상인증권은 2만8000원에서 3만3000원으로 목표 주가를 제시했다. 최근 3개월간 12개 증권사의 목표 주가 평균은 2만7600원이다.

유진투자증권은 3만5000원으로 가장 높은 목표 주가를 내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수소 대표 업체인 만큼 글로벌 수소 업체의 주가 또는 정책 모멘텀에 연동된다”며 “해외 수소 관련주보다 안정적 비즈니스모델을 확보한 것이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다시 떠오르는 수소 산업, 중장기 성장성 높다
고윤상 한국경제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