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지난 21일 개막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 뮤지컬 축제로 18일 동안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전 세계에서 모인 25개의 작품이 관객을 만난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작으로 프랑스 뮤지컬 '홀리데이'가 선정됐다. '팝의 여왕' 마돈나의 대표곡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소꿉친구 4명이 14년 만에 만나 마돈나의 노래에 맞춰 놀면서 다시 우정을 다진다는 귀엽고 따뜻한 이야기. 지난해 9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하고 유료 점유율 90%를 넘긴 흥행작이다. 해외 투어를 위해 대사를 번역하고 대극장용으로 각색한 버전이 이번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공연으로 첫선을 보였다.
미숙한 연출로 빛바랜 DIMF 개막작 뮤지컬 '홀리데이'
뚜껑을 열고 보니 여러모로 아쉽다.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의 개막 공연으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소극장용으로 만들어진 공연을 대극장 무대에 올리기 위해 각색했지만 무대 디자인이 풍성하거나 치밀하지 않았다. 장면이 전환될 때 커튼이 소품에 걸려 내려가지 못하고, 무대 장치를 옮길 때 우당탕 소리를 내는 등 엉성한 순간도 있었다. 첫 해외 공연이면서 첫 대극장 공연인 만큼 미숙한 연출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지점. 그럼에도 이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택했다는 점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보다도 아쉬운 점은 음향. 음악이 핵심인 작품이기에 단점이 더욱 두드러졌다. 울리고 먹먹한 소리에 대사와 음악이 깔끔하게 들리지 않았다. 대사에서 노래로 넘어갈 때도 밋밋해 음악의 극적인 효과가 부족했다. 노래 중간에 소리 크기가 왔다갔다하는 장면도 있었다. 뮤지컬 전용 극장이 아닌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점을 감안하더라도 조금은 더 깔끔하게 보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자막에서 보였다. 공연 내내 자막이 제때 넘어가지 않는 실수가 이어졌다. 자막 자체에도 오타가 보이고 글자 크기와 줄 간격이 일정하지 않은 등 엉성했다. 때로는 한 화면에 서너 문장이 빼곡하게 적혀 자막을 읽느라 무대에서 계속 시선이 벗어났다. 자막이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준비가 부족했음이 느껴진 대목이었다.

한국에서 프랑스 중소극장 뮤지컬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공연.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작품을 저렴한 가격에, '뮤지컬 도시' 대구에서 선보인 좋은 기획이었다. 아쉬운 점은 많지만, 마돈나의 음악으로 만든 최초의 뮤지컬에 걸맞게 화려한 안무와 중독성 강한 음악도 매력적인 작품. 그럼에도 자막, 음향, 연출 등 기본적인 준비가 미숙한 부분이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에 부응하지 못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7월 8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를 포함한 대구 전역의 공연장에서 열린다. 뉴질랜드의 코미디 뮤지컬 '슬랩스틱-스케르조'와 영국의 1인 음악 뮤지컬 '더 라이온' 등을 만날 수 있다. 폐막작으로는 미국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과 중국의 '비천'이 공연한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