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급증 없었다"…이스터섬 미스터리 풀리나
이스터섬의 농업 시스템이 부양할 수 있는 인구는 최대 4천명 미만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거 이 섬에서 인구가 급증하는 사건이 없었고, 인구 급증으로 인한 자원 고갈 등 생태계 파괴로 인구와 문명이 붕괴했다는 기존 이론 역시 틀렸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컬럼비아기후대학원 딜런 데이비스 박사팀은 22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서 인공위성 단파장 적외선 사진과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이스터섬 전체 농경지 면적 분석 등을 통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스터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약 1천년 전 작은 무리의 폴리네시아인들이 수천㎞를 항해해 정착하면서부터다. 이들은 이곳에 수백 개의 모아이 석상을 세웠고, 1722년 유럽인들이 섬을 발견했을 때 주민은 3천여명이었다.

황폐한 섬에 거대한 석상 수백 개가 서 있는 것을 본 유럽인들은 과거 이곳에 훨씬 많은 인구가 살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인구 급증으로 모든 나무를 베는 등 자원이 고갈되면서 인구와 문명이 붕괴했을 것이라는 이론을 세웠다.

또 과거 연구에서는 면적이 163.6㎢인 이스터섬에서 식량을 생산하는 일명 '바위 정원'(rock garden)이 4.9~21.4㎢였고, 여기서 생산되는 고구마 등으로 최대 1만7천 명의 주민을 부양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결과도 나왔다.

바위 정원은 주먹 크기 돌과 깨진 돌, 바위 등을 토양 위에 겹겹이 쌓아 수분 손실과 영양분 침출, 급격한 온도 변화 등을 막아 생산성을 높이는 농업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인공위성을 이용해 이스터섬을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단파장 적외선으로 촬영하고 5년 동안 현장 조사를 한 다음, 이 데이터로 인공지능을 학습시켜 섬 전체의 농경지 면적과 생산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섬 전체의 바위 정원 면적은 0.76㎢에 불과했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식량만으로는 2천여 명밖에 부양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스 박사는 "과거 연구에서 바위 정원으로 인식됐던 많은 곳이 단파장 적외선 영상에서 단순히 자연 암석이 드러난 지역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의 바위 정원 면적 추정치는 실제보다 5~20배 컸다며 바위정원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외에 바다에서 조달할 수 있는 식량과 채집까지 고려하면 이 섬이 수용할 수 있는 최대 인구는 3천900여명 정도였을 것으로 추산했다.

데이비스 박사는 "이 결과는 이스터섬 인구가 이전 추정치만큼 많지 않았을 수 있음을 시사하며 인구 증가-생태계 파괴-문명 붕괴 이론과도 배치된다"면서 "주민들은 혹독한 환경에 적응하는 독창적인 방법을 찾아 생존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